2월 22일 전남에 있는 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이 이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결과 돼지농장주는 그동안 숨진 청년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을 상습적으로 때렸다. 피해 확인이 된 근로자만 10명이다. 피해자 한 명은 밤새 사무실 화장실에 감금됐다. 다른 피해자는 뺨을 세게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를 문틀에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이 농장주는 2022년부터 상습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도 체불했다. 이주노동자 62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약 2억6000만 원에 달한다. 결국 이 돼지농장주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주노동자는 약 265만 명까지 늘면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이들이 없으면 현장이 굴러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웠다. 한 편에서는 보호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가 이어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7일 서울 보신각 일대에서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열었다. 이 행사는 이주노동자의 어려움을 알리고 제도적 보호 장치 강화를 촉구하는 게 목적이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5월 1일 노동절에도 일하기 때문에 오늘 메이데이 집회를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해도 떠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는) 말 안 들으면 본국에 보내버린다 협박한다”며 “노동현장이 아주 열악하고 위험하다, 다쳐도, 아파도, 제대로 쉬고 치료받지 못하고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주된 제도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정부 허가를 받고 일하는 제도다. 노동계에서는 이 제도의 맹점을 어려운 사업장 변경으로 꼽는다. 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5조는 사업장 변경 조건을 사업장의 귀책이 있을 때와 귀책이 없을 때로 나눴다. 사업장의 귀책(부당한 처우, 부실기숙사 제공 등) 시 사업장 변경은 어렵지 않다는 게 고용부노동의 설명이다. 사업장의 귀책이 없을 때 사업장 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변경 신청 기한 연장 사유는 업무상 재해, 질병, 임신, 출산으로 한정된다. 심지어 기존 사용자가 변경을 못하도록 막는 경우도 있다.
농촌과 어촌에서 일하는 계절근로자는 고용허가제 인력 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알려졌다. 2020년 겨울에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31살이던 속헹씨는 난방시설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살았다. 작년 2월 필리핀은 전남 지역에 자국의 근로자 송출을 중단했다. 이 지역에서 일하던 계절근로자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노조 활동도 걸음마다. 2005년 4월 이주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하고 고용부에 설립신고를 냈다. 하지만 고용부는 반려했다. 이주노조는 대법원까지 가는 긴 소송 끝에 2015년 노조를 만들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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