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있다.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발(發) 컨테이너 물량은 최대 절반 사라졌고 중국 내 외자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 매긴 초고율 관세를 이중으로 부담하면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백악관 재입성 100일 만에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년 만에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7일(현지 시간) 공급망 데이터 수집 업체 비지온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20피트 컨테이너 예약 물량은 1년 전에 비해 45%나 감소했다. 존 덴턴 국제상공회의소(ICC) 소장은 “지금은 미중이 관세를 언제 내릴지 알 수 없는 만큼 (무역 업계가) 선적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자체 집계한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선의 숫자도 26일 현재 40척으로 이달 초 대비 40%가량 뚝 떨어졌다. 항공 화물량도 급감했다. 홍콩 화물 운송 업체 이지웨이에어프레이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발 미국행 화물량은 예년에 비해 약 50% 축소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역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통계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대만 선사 TS라인 측은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가는 일부 화물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미국행 화물 수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관세 충격이 이제 시작이라는 데 있다. 실제로 중국발 화물의 주요 미국 관문인 로스앤젤레스(LA)항에 다음 달 4일 도착할 물량은 1년 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었다. 미국 장난감 제조 업체 ‘베이직펀’의 제이 포먼 대표는 “사실상 물류가 마비됐다”며 “몇 주 뒤면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쉬인이 미국의 소액 소포 면세 제도의 폐지를 앞두고 상품 가격을 최대 377% 올리기로 하는 등 미국 소비자물가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FT에 따르면 가공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 내 합작법인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할 때(125%) 한 번, 완성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145%) 또 한 번 관세를 내야 한다. 중국 경제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외자 기업들이 중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FT는 “(외자기업들이) ‘중국 제조, 3국 수출’이라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짚었다. 외자기업들이 ‘탈(脫)중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은 물론 중국 제조 업체들이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인도 진출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CNN방송이 이달 17~24일 미국 성인 16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3월(45%)보다 4%포인트 낮아졌고 2월(48%)보다는 7%포인트 떨어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1953∼1961년 재임) 이후 100일차 신임 대통령 중 7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2464명 대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부정적(55%)’이라는 답변이 ‘긍정적(39%)’이라는 답변보다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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