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합리적 소비가 확산되면서 e커머스 업계가 중고거래 플랫폼과 손잡거나 자체 서비스를 강화하며 ‘리커머스(중고거래)’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패션업계의 경우 중고 시장의 점유율이 전체의 4분의 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마켓은 이달부터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와 손잡고 구구스의 중고명품 제품을 판매 중이다. 구구스는 전국 26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자체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중고명품 전문 판매사다. 1000만 건 이상의 감정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수선(A/S)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입점을 통해 G마켓은 샤넬·루이비통·구찌·프라다 등 약 5만 개에 달하는 패션잡화 및 의류 중고명품을 자체 플랫폼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상품은 택배 배송은 물론, G마켓에서 구매한 뒤 구구스 매장에서 수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11번가 역시 구구스 및 국내 최대 중고 명품 매장인 ‘고이비토’ 등과 협업해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6만 개가 넘는 다양한 중고명품을 판매 중이다. SSG닷컴도 리본즈, 고이비토 등 여타 중고명품 취급 협력사들과 제휴를 맺고 관련 상품을 간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이 리커머스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3년 26조 원, 2024년 30조 원, 2025년에는 43조 원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에서도 패션 부문의 중고 시장 점유율은 2023년 18.1%에서 2027년 24.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에 중고 판매 사업을 소규모로 운영하던 패션플랫폼들에게 또다른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고 있다. 예컨대 무신사는 패션 중고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리커머스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를 3분기 정식 론칭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2015년 커뮤니티 내 인증 회원을 대상으로 한 중고장터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솔드아웃’을 통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고객 반응이 좋자 본격적으로 중고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다.
무신사 유즈드는 별도 플랫폼이 아닌 무신사 앱 내에 중고 상품의 구매 및 판매 기능을 직접 도입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특히 무신사는 입점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1만 5000여 개 브랜드의 패션 및 잡화 중고거래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리커머스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자 적자에 허덕이던 중고·리셀 전문 거래 플랫폼들의 수익성도 개선되는 흐름이다. 원조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역 타깃팅 광고 서비스 확대 등으로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번개장터도 안전거래 전면 도입 이후 이용자가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는 유료 거래액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유료 거래액은 900억 원을 넘어섰다. 2023년 8월 론칭한 신생기업 차란은 누적 가입 유저 수가 현재 81만 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18만 4000명) 대비 5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이 중고 전문 업체와 손잡으면서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명품을 중심으로 한 중고 제품은 희소성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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