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4인 토론회에서 예비후보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문수 예비후보는 한동훈 예비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예비후보는 ‘일제강점기 일본 국적' 발언을 꺼내며 김 예비후보의 아픈 지점을 집중 공략했다.
이달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 4인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김 예비후보는 줄곧 한 예비후보의 5대 메가폴리스 공약을 두고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며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집 한 채를 짓는 것도 오래 걸리는데 어떻게 2년 만에 전국에 서울과 같은 도시 5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한 예비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에 한 예비후보는 “공약을 오해한 듯하다”라며 “허허벌판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도시의 특정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서울과 경쟁할 수 있게 키우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풀고 기존의 도시를 메가폴리스로 육성하는 집중을 통해 역설적으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예비후보는 지지 않고 홍준표 예비후보를 끌어들이면서 공격을 이어갔다. 김 예비후보가 “대구를 서울과 같은 메가폴리스로 만드는 데 2년이면 가능하냐”고 질문하자 홍 예비후보는 “제대로 하려면 최소 10년은 걸린다”며 “(한 예비후보의 공약이) 허황된 공약이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한 예비후보는 “(두 후보가)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중앙 차원에서 2개년 동안 대도시를 지정해서 집중 지원하면 안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예비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김 예비후보가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한 과거 발언을 다시 끌고 나왔다. 홍 예비후보는 김 예비후보의 과거 발언에 대해 “뉴라이트 역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제시대 우리 선조들은 무국적이었다”며 “만약 김 예비후보의 주장이 맞는다면 독립운동은 모두 내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에 김 예비후보는 “우리가 무국적 상태였으면 손기정 선수가 왜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갔나”라며 “독립운동도 국적을 찾기 위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尹 파면 책임론 꺼낸 安…사과 의향 질문에 洪·金 즉답 피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관련한 책임론도 다시 한 번 불거졌다. 안철수 예비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 됐는데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상처받은 국민들께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나머지 후보들을 향해 질문했다.
곧바로 사과 의향을 밝히며 고개 숙인 후보는 한 예비후보였다. 그는 안 예비후보의 이와 같은 질문에 “12월 3일 밤 계엄 저지 이후 줄곧 사과를 해왔다”며 “이 자리에서 당시 당 대표로, 또 정치인으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예비후보와 김 예비후보는 사과 의향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즉답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홍 예비후보는 “내가 최종 후보가 되면 검토해보겠다”고 짧은 대답을 내놨다. 김 예비후보는 “계엄과 탄핵의 과정에서 민주당의 줄탄핵, 특검법 발의, 예산의 전면 삭감 등 많은 원인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이 충분히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답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예비후보들의 답변을 들은 안 예비후보는 “비상계엄을 사실상 옹호하고 또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탄핵의 강을 건너고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차출론' 언짢나?"…安 "그렇다" VS 韓·洪·金 "아니다"
보수 진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차출론과 관련한 예비후보들의 입장은 3 : 1로 엇갈렸다.
전날 토론회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의 차출론이 언짢나'라는 돌발 질문에 ‘그렇다’를 의미하는 동그라미 팻말을 든 후보는 안 예비후보가 유일했다.
안 예비후보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언짢다는 표현 보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덕수 권한대행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이) 관세를 1%라도 낮추면 우리는 정말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고, 또 대선 관리도 해야한다”며 한 권한대행이 지금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의 차출론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고수해온 홍 예비후보의 미세한 입장 변화도 눈에 띄었다.
그는 “당에서 예선도 거치지 않고 올라온 사람과 기존 후보를 경쟁시키는 것이 처음에는 비상식적이라고 봤다”면서도 “생각을 해보니 ‘한 대행도 뛰어넘지 못하고 이재명을 어떻게 잡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고 당원들의 요구도 많아 지금은 언짢지 않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훌륭한 인품과 경륜을 갖춘 분이 이재명을 꺾는 역사적인 국민의힘 후보로 함께 노력한다는 것은 당과 국민의 여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그는 대선 출마 이후 줄곧 한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한 예비후보는 “(차출론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자체가 우리 당의 역동성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여기에서 선출되는 후보가 보수 진영을 대표해 이재명과 싸우게 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의 차출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편 전날 토론회를 끝으로 국민의힘 2차 경선에서 예비후보자들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27~28일 이틀 간 예정된 당원 선거인단 투표(50%)와 일반 여론조사(50%) 결과를 토대로 오는 29일에는 3차 경선에 진출할 2인 발표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바로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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