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의 인공지능(AI) 모델 ‘o3’이 지능지수(IQ) 130을 돌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딥시크 AI도 IQ 100을 넘겼다. 높은 IQ가 실제로 복합적 사고력이나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는 아닐 수는 있지만 복잡한 추론, 구조화된 사고, 체계적 분석 작업에서 인간 보다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놔서 추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래킹에이아이닷컴은 오픈AI o3가 멘사 노르웨이 IQ 시험을 본 결과 IQ 1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시험은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으로 IQ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로 시각적 패턴 인식 능력을 평가한다. 트래킹에이아이닷컴은 TV프로듀서이자 데이터분석가인 맥심 로트가 만들었으며 AI 모델들의 IQ 시험 결과를 제공한다.
o3은 추론 능력에 특화된 모델로 가장 뛰어난 AI로 꼽힌다. 이용자가 명령하면 o3은 응답 전 잠시 멈추고 관련 프롬프트를 고려해 자신의 추론을 설명한다. o3은 이미지도 이해할 수 있고,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회전시키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지 분석 외에도 브라우저 내에서 직접 파이썬 코드를 실행하고, 현재 사건에 대해 웹 검색도 수행할 수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o3을 공개하고 이달 16일(현지시간) 출시했다. 챗GPT 유료 이용자는 o3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2.5프로 익스페리멘털’은 IQ 127을 기록했다. 지난달 출시된 제미나이2.5프로도 추론형 모델이다. 구글은 "단순한 분류와 예측을 넘어 정보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며 맥락과 뉘앙스를 반영하고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가 o3와 같은 날 출시한 ‘o4-미니’의 IQ는 117로 나타났다. o4-미니는 가격과 속도, 성능 사이에 균형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미국 앤트로픽이 올해 2월 내놓은 추론 모델 ‘클로드3.7소네트 확장형’이 IQ 116을 기록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 ‘그록-3싱크’의 IQ가 110, 중국 ‘딥시크R1’가 102, 마크 저커버크의 메타 ‘라마4 매버릭’이 101로 나타났다. 트래킹에이아이닷컴은 한국 AI 모델의 IQ는 공개하지 않았다.
IQ 100을 넘긴 대부분의 AI 모델은 추론형 모델이다. 높은 수준의 IQ가 AI의 진정한 지능 수준을 완전히 반영하지는 못할 수 있지만 AI가 인간처럼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어느정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론 능력을 키운 AI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오픈AI에 따르면 o3는 지난해 12월 공개 당시 코딩 실력 측정 지표(Codeforces)에서는 2727점을 기록해 엔지니어 상위 99.2%에 해당하는 2400점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미국 초청 수학 시험(AIME)에서는 단 한 문제만 틀려 96.7%의 점수를 기록했다. 대학원 수준의 생물학, 물리학, 화학 문제 테스트(GPQA Diamond)에서는 87.7%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 기업들도 추론 특화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다음 달 추론형 모델을 선보인다. 네이버 추론 모델은 수학,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더 정확한 답변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시각 및 음성 정보 이해, 자동 웹 검색, API 호출, 데이터 분석 등 능력도 끌어올렸다. 추론 모델은 각 단계에서 검색 API나 숙소 예약 API를 호출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여기에 상품 구매, 업무 자동화, 스마트홈 제어 등 다양한 종류의 API를 연동하고, 정보 탐색이나 데이터 시각화처럼 AI의 기능을 확장한다. 기존에는 AI가 어떤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직접 지정해야 했다면 추론 모델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가 적절한 도구를 스스로 선택하는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서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는 추론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LG(003550) AI연구원도 올해 2월 ‘엑사원 딥’을 공개했다. 업스테이지, 라이너 등도 추론형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 AI 개발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은 AI 투자 공약을 꺼내들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00조 원 투자 구상을 가장 먼저 꺼냈고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200조 원 투자 구상을 밝혔다.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도 AI, 양자 등에 50조 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AI 전략산업 육성으로 '제2의 과학입국'(科學立國) 실현, 2035년까지 AI 세계 3강 진입, 과학기술 핵심 인재 100만 명 양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AI 정책 관련 대담을 갖기도 했다. 안 후보는 “한국형 AI가 필요하다”며 “(한국도) 노력하면 전 세계 3위를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AI 기본법만은 최소한 반년에서 1년마다 계속 점검하고 우리나라 형편에 맞게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것이 현실에 부합하고 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돈을 100조 넣겠다, 200조 넣겠다 이런 피상적인 이야기로 가서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윤리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도 느슨해서도 안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토론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어 “과학기술 패권경쟁에서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한번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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