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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절대권력 vs 약체정권

李 집권시 ‘절대반지’ 행정·의회 장악

사법부 기능 못하면 삼권분립 흔들

보수 이겨도 약골정권, 쳇바퀴 정쟁

협치해야 생존, 폭주 막을 개혁 절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 고지에 오른다면 ‘절대반지’를 끼게 될 것이다.”

6·3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달라질 권력 지형을 두고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절대반지는 영국의 J R R 톨킨이 쓴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다.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절대적 권능을 지닌 유일한 반지이면서 소유자마저 파멸시키는 위험한 물건이다. 이 전 대표가 집권한다면 절대권력을 누릴 가능성이 높기에 이 같은 비유가 나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다면 강력한 행정권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의회권력도 완전 장악하게 된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부딪치는 ‘이중권력’ 체제의 윤석열 정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민주당은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추진할 수 있는 개헌 외에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 집권당 뜻대로 법안들과 예산안을 모두 통과시키는 게 가능하다.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민주당(170석)을 포함한 진보좌파 성향 의석이 총 189석에 달하므로 ‘필리버스터’도 무력화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노란봉투법’ 등 포퓰리즘 법안들을 재강행할 수 있다. 행정권력도 더 강해진다.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자리를 포함해 모든 인사권을 맘대로 행사하고 공직자 탄핵소추도 막아낼 수 있다.

여야 힘겨루기의 최종 심판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도 진보 쪽으로 기울어진다. 헌재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하는 바람에 차기 대통령이 재판관 2명을 지명하게 된다. 결국 헌법재판관은 진보 4명, 중도 3명, 보수 2명으로 재편된다. 따라서 사법부의 견제 기능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놓고 ‘1심 징역형’과 ‘2심 무죄’로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잃은 법원이 정권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이 무력화되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요즘 공사석에서 ‘집권하면 과반 의석을 토대로 원하는 정책들을 힘 있게 추진해 총선에서 평가받으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다고 한다. 최근 우클릭 정책까지 꺼내고 있지만 실제 집권할 경우에는 반기업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경제사회 전반의 체제 개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계엄·탄핵의 강을 건너 조기 대선에서 역전승을 거둔다면 ‘약체정권’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처럼 거대 야당에 발목 잡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입법과 예산 편성을 뜻대로 추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야당의 협력이 없으면 중요한 정책 추진이나 구조 개혁도 할 수 없다. 야당이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면 여야의 충돌은 쳇바퀴처럼 반복될 것이다. 다만 새 대통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소통 리더십으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낸다면 경제·민생 살리기 정책을 펼 수 있다.

2022년 20대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차악(次惡) 후보’를 뽑는 선거였다. 이번 조기 대선도 최선의 정당·후보를 찾기 어려운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유권자들은 절대권력과 약체정권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였던 존 댈버그 액턴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경고했다. 역으로 약골정권은 경제 회복 정책이나 개혁을 뚝심 있게 추진하지 못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절대권력이든 약체정권이든 지도자가 독주하면서 민심에서 멀어지면 ‘신(新)독재’로 치달을 수 있다.

요동치는 ‘글로벌 정글’에서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양자택일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민심의 압력으로 여야 협치(協治)를 이끌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다수의 폭정’ 유혹에서 벗어나 소수 의견을 존중하면서 숙의하는 협치의 길을 택해야 한다. 보수가 이길 경우에는 국가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거국내각 구성, 연정 추진 등을 검토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의 협업 정치가 가능하려면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가진 후보를 지도자로 뽑아야 한다. 또 대선과 총선에서 50% 전후의 표를 얻은 정당이나 후보가 ‘삼권’을 모두 장악해 독주할 수 없도록 선거·의회·정당 제도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절대반지’의 폭주 리스크를 제거하려면 관용과 절제의 가드레일부터 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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