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과거로 대표 되는 후보들과 미래를 대표하는 저 이준석의 대결입니다.”
올해 40세로 역대 최연소 대통령 후보가 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번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완벽한 시대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2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경제신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거에 매달리고 서로를 향해 비판만 일삼는 정치 문화를 탈바꿈해야 한다”며 기성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공계 출신인 자신이 ‘첨단산업 패권 경쟁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정치권에서 연일 빅텐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은 계엄을 주도하고 옹호한 세력에 대해 여전히 많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단순히 ‘반이재명 연합군’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마 선언 이후 매일 대구·경북(TK)을 찾은 이 후보는 “보수의 큰 변화는 TK가 작심했을 때 일어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2021년 6월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대구에서 한 연설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바뀌었고 결국 TK의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가 됐다”며 “정확히 4년 뒤인 6월 3일 대선에서도 돌풍이 시작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담=이상훈 정치부장
개도국 시대 정치 어젠다 머물러선 안돼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완전한 시대 전환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치구조 자체가 타파돼야 하는 상황이다. 개발도상국 시대부터 대한민국을 살아온 사람들이 주도하는 정치는 다루는 주제부터 현시점과 맞지 않는 게 많다. 지난 3년만 봐도 윤석열·이재명의 정치는 과거에 대한 집착과 방탄에 불과했다. 이제는 과감하게 정치권의 어젠다를 전환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 대응하도록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긴 불황의 터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기존 보수와 이준석의 보수는 어떻게 다른가.
△첫째, 우리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현재 보수 세력은 거물급에 해당되는 인물조차 부정선거를 비롯한 음모론에 빠져 있다. 이런 반지성 행태가 보수의 몰락을 가져왔다. 보수의 재건은 우리의 몫이다.
둘째, 우리는 과거의 과오에서 자유롭다. 가령 광주로 예를 들면 나는 1985년생이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에 가서도 5·18에 대한 메시지 대신 광주와 전라도의 발전 방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광주에 없는 복합 쇼핑몰 건설이나 일자리 확대 등 발전적인 담론을 펼칠 수 있다.
디테일에 강한 이준석, 이재명과 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평가는.
△왼쪽 차선에서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 꼴이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좌회전을 한다. 난폭 운전과 같다. 실제 상속세·근로소득세 등 감세를 주장하면서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지 않나. 감세를 주장하려면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이재명 후보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디테일에 강한 이준석과 공허한 구호를 남발하는 이재명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대선을 보수 대 진보의 맞대결로 보면 이재명 후보가 낙승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그는 과거에 속하고 나는 미래를 이끌 후보다. 그의 인공지능(AI) 정책만 봐도 100조 원의 돈을 쏟아붓겠다는 공약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 나는 AI 산업을 선도할 인재 양성이라는 핵심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AI는 민간 주도…수학 교육, 국가가 책임
-이준석 후보만의 AI 정책은 뭔가.
△AI 산업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예를 들면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이라는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 개발했다. 다만 국가를 대표하는 AI 모델이 있어야 한다. LG처럼 민간 기업에서 만든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국비 지원을 통해 사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 모델로 성장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는 공정 이용의 원칙을 세우겠다. AI 학습 데이터를 생산하는 주체에 기업이 공정한 이용 단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 생산과 활용 주체 간의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과학 분야의 1호 공약은 무엇인가.
△인재 육성을 위한 ‘수학 교육 국가책임제’다. 과학기술 경쟁의 핵심은 인재다. 초중학교 때부터 수학 학습 능력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강력한 학력 진흥책을 펼칠 계획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일제고사 부활도 필요하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학생별로 능력치를 파악하고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추가 지원해줘야 한다. 이에 따라 수학은 한 반에 다섯 명까지 학생 수를 줄이고 수준별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공교육의 도움으로 학습을 모두 따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
과잉 복지 줄이고 적극적 감세 나서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가처분소득이 부족하다. 일반 국민들이 소득에서 각종 세금과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모두 제외하면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높은 금리로 인해 한 달에 150만~200만 원씩 이자가 빠져나가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그만큼 소비가 줄어든다. 주담대에 대해서는 저리 대출이 가능하도록 재원 조달 방안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감세도 필요하다.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줄일 생각이다. 하지만 감세는 필연적으로 복지 축소가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문재인 케어’를 실시한 후 건강검진에서 고급 항목에 해당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급여화돼 기본 서비스처럼 자리 잡았다. 그만큼 매년 국가 재정이 수천억 원씩 사라지는 셈이다. 이러한 과잉 복지를 줄이지 않으면 가처분소득을 늘릴 수 없고 국가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맞설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과도한 관세 폭탄은 미국 내 중간 이하의 소득 계층에 매우 민감하게 다가올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정책은 지속될 수 없다. 한국도 조급히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이번 기회에 생산 기지를 외국에 두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생산 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는데 정작 우리나라 구미 국가산업단지 같은 곳들은 텅텅 비었다.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이 ‘리쇼어링’할 때 과감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주요 산단이 위치한 영호남의 일부 지역은 기업 이탈 가속화로 ‘러스트벨트화’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의 산업 전환을 지원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 개정도 필요하다.
정치공학적 단일화 절대 없어
-보수 진영에서는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 정책에 반대하는 것과 별개로 ‘반이재명 연합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책 경쟁, 노선 경쟁을 통해 승리를 이뤄야지 ‘이재명은 막아야 한다’는 식의 정치공학적인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국민의힘은 나에게 인격 말살을 시도했다. 죽을힘을 다해 보수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상납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굴레를 씌워 쫓아냈다. 심지어 계엄을 옹호한 세력과 같이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들은 이재명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로서는 윤석열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없나.
△전혀 없다. 개혁신당은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어젠다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 과학인들의 입장과 개혁 보수의 가치도 대변해야 한다. 비슷한 목표를 추구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꿈을 함께 이뤄나갈 의무도 있다. 그 무게감을 갖고 선명성을 추구할 것이다.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로) 너무 여러 가지 색깔이 하나의 통에 담기면 ‘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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