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동두천의 끝없는 고통을 잊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며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을 대표로 담아 드러내겠습니다.” (김승호 동두천시의회 의장)
“우리는 7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묵묵히 희생해 온 동두천 시민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주한미군은 우리와의 약속을 외면하고, 동두천을 끝없는 희생의 땅으로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국가입니까, 아니면 국민의 약탈자입니까.”(심우현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동두천시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23일 보산동 미2사단(캠프 케이시) 앞에서 삭발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거주의 자유도 재산권 행사도 제한된 걸산동 주민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주한미군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내 집 가는데 허락받고 가야 하는 곳이 대한민국 세상천지에 어디 있냐”고 분노했다.
현재 걸산동 마을은 6.25 전쟁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군 부대로 인해 외부와 단절돼 왔다. 마을 전체가 미군 기지에 둘러싸여 있어 불과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산길을 따라 1시간이나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50여 가구 80여 명의 기존 주민들은 통행증을 발급 받아 통행이 가능했으나 지난 2022년부터 미군 측이 신규 전입자들에게 통행증 발급을 제한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심 위원장을 비롯한 김 의장은 삭발식도 거행했다.
심 위원장은 "안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 왔지만, 이제 그 희생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호의를 권리로 아는 정부와 주한미군은 정신 차리고 똑바로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범대위는 2014년 미군기지 동두천 잔류 결정 이후, 정부와 미군이 약속한 보상과 지원을 10년 넘게 이행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5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세부적으로 보면 △장기 미반환 공여지 지원 특별법 제정 △평택과 동등한 지원(19조 원 예산 및 대기업 유치 지원)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정부 주도 추진 △걸산동 신규 전입 주민 패스 발급 △동두천 제생병원을 종합병원으로 개원 등이다.
한편 동두천시는 지난 74년 동안 주한미군의 주둔지로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며 희생을 감내해 왔다. 시 전체 면적의 42%가 미군에게 제공됐고, 이는 연간 5278억 원에 달하는 주둔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피해는 74년 동안 누적돼 25조 원을 넘어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