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때 화제가 된 장면 하나가 있다. 2라운드 4번 홀에서 황유민이 당시 같은 조에서 경기했던 고지우와 박현경이 티샷하기도 전에 먼저 페어웨이로 급하게 달려가는 장면이다.
상황은 이랬다. 세 선수 중 1, 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황유민이 먼저 티샷을 힘차게 날렸다. 티샷 후 티를 뽑고 있는데, 주변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왔다. 티샷 할 때만해도 보이지 않던 앞 조 지한솔이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다행히 공은 페어웨이에 떨어진 뒤 굴러서 지한솔 왼쪽으로 지나쳤다. 지한솔이 깜짝 놀라는 장면도 화면에 잡혔다.
정작 더 당황한 것은 티샷을 한 황유민이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30여초 동안 방송 화면을 탔다. 그 미안해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황유민의 얼굴에 담겼다. 결국 황유민은 고지우와 박현경에게 양해를 구하고 페어웨이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선배에게 진심어린 마음의 사과를 하기 위해 황유민은 족히 300m 되는 거리를 내달려야 했다. 황유민의 인성이 제대로 드러났던 화제의 장면이었다.
골프팬이 황유민의 골프를 좋아하게 된 건 아마도 그의 골프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163㎝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에 매료되고 위험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핀을 향해 쏘는 그의 화끈한 골프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이다. ‘돌격 대장’이라는 애칭도 그래서 생겼다. 올해 우승은 없지만 황유민은 드라이브 거리 10위(246.39야드), 그린적중률 25위(72.22%), 평균 퍼팅 10위(29.28개) 등 고른 기량으로 평균 타수 9위(70.67타), 상금 랭킹 11위(3억 973만원)에 올라 있다.
화끈한 스타일 못지않게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열정적인 도전 정신이다. 시즌을 끝낸 뒤 LPGA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나설 예정인 황유민은 그에 앞서 LPGA 메이저 대회를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첫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3,4라운드 부진으로 공동 56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1라운드 공동 7위, 2라운드 공동 12위에 오르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유민은 US여자오픈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또 다시 메이저 무대에 도전한다. 19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근교 프리스코의 필즈 랜치 이스트 앳 PGA 프리스코(파72)에서 개막하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황유민 외에도 김수지와 방신실 등 KLPGA 소속 선수 3명이 출전한다.
물론 황유민을 좋아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낭중지추처럼 드러난 그의 인성일 것이다.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화제가 된 그 ‘300m 달리기 사과’처럼 말이다.
황유민의 골프 스타일이 100점이라면 그의 도전 정신은 1000점이다. 그리고 그의 인성은 10000점을 줘도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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