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자금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미국 주식 투자에 무게를 뒀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등 다른 해외 국가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1033억 6091만 달러, 약 146조 원) 중 미국 주식 보관액은 939억 265만 달러(약 133조 원)로 주식 비중은 90%대(90.8%)를 간신히 유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올 1월 20일 미국 주식 비중인 92.5%(1149억 8445만 달러, 약 163조 원)와 비교하면 1.7%포인트나 축소됐다.
미국 주식 투자 쏠림 현상이 강한 서학개미 특성상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변동성 우려로 투자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한 데다 서학개미가 매수한 미국 종목의 가격이 떨어져 평가이익이 하락한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달 17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12%·17% 급락했다.
코스콤의 상장지수펀드(ETF) 체크에 따르면 이 기간 수익률 하위 10개 종목은 모두 서학개미가 주로 매수해온 테슬라나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중 5개 종목은 30%가 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ACE 테슬라 벨류체인 액티브’ 수익률이 -41.91%로 가장 많이 하락했으며 ‘키움 글로벌 전력 반도체(-36.42%)’ ‘ACE 엔비디아 벨류체인 액티브(-36.42%)’ ‘ACE 글로벌 AI 맞춤형 반도체(-32.97%)’ ‘SOL 미국 AI반도체칩메이커(-31.43%)’ 순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인 레버리지 ETF의 손실 폭은 더 크다. 올해 들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와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는 각각 -66.21%, -71.94%의 큰 손실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경우 연초 대비 주가가 빠지면서 서학개미의 순매수 결제액과 주식 보관액도 동시에 줄었다. 테슬라 주가가 424.07달러에서 241.37달러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던 이 기간(1월 21일~4월 17일) 순매수 결제액은 1106만 9473달러(약 157억 원) 줄었으며 보관액도 89억 9586만 달러(약 12조 원)나 사라졌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최근 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자금이 옮겨지고 있는 데다 해외 순매수 상위 종목인 테슬라 등의 주가가 빠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보다 고평가 상태인 테크주보다는 배당성장주나 가치주로 포트폴리오가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국내 자금을 대부분 흡수했던 미국 주식 보관액이 줄어들면서 다른 해외 국가의 보관액 비중은 소폭 상승했다. 1월 20일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 중 3.2%에 불과했던 일본 주식 투자 비중은 이달 16일 4.2%까지 1% 포인트 늘어났다. 다만 유럽은 0.7%에서 0.37%로 하락했다.
한편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도 1월 20일 1241억 9952만 달러(약 176조 원)에서 이달 17일에는 1033억 6091만 달러(약 146조 원)로 급격히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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