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의대생들이 20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철회,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해체 등 의료개혁 중단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정부가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결정한데 대해 의사 집단의 실력행사에 다시 무너졌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의대 모집인원 조정을 계기로 의정갈등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의료개혁 추진을 현 정부 안에 모두 중단해야 한다며 추가로 압박했다. 그러면서 6월 조기 대선에서 보건의료 분야 공약을 제안하고 후보들에게 수용하도록 요구하겠다며 선거전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 측 추산으로 전국 40개 의대 학생 6000여명과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의대교수 등 총 2만5000여 명이 참석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의료 정상화’ ‘의료농단 STOP’ 등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정부를 규탄했다. 또한 “대통령이 탄핵됐다, 의개특위 해체하라” “망가진 의료환경, 정부가 복구하라” 등 구호도 외쳤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대회사에서 “지난 1년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였다. 의학교육은 사라졌고, 현장은 혼란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며 “궐기대회를 통해 후배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사과와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결자해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음 정권으로 미루려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생과 전공의가 현장으로 돌아오려면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의료개혁 정책은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가오는 대선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자. 보건의료 공약을 제안하고, 후보들에게 책임 있게 요구하자”며 “국민 건강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전문가의 손을 잡는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단 의협 부회장 겸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정부를 향해 “국민의 생명을 정말로 위한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적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1년간 3조5000억 원의 세금이 증발했다”며 “왜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를 인정하지 않느냐.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건 정부”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를 향해서는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싸고 좋은 것도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느냐. 젊은 의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어달라”고 덧붙이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환호를 얻기도 했다.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이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생해도 숭고한 대우조차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절망으로 이끌었다”며 “인생을 걸어 국가의 노예여야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필수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윤석열표 의료 개악을 즉각 중단하라”며 “붕괴 위기에 처한 의료 정상화를 위해 의료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보건의료 정책 전반을 의협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설계하라”고 주장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대상 행정명령에 대한 공식 사과, 교육이 불가능한 의대에 대해서는 입학 정원 조정을 포함한 현실적인 대안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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