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본격적인 관세 협상 테이블에 앉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교섭 카드 확보에 나섰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대미 관세 협상 개시 직전 애플과 메타의 디지털 규제 위반에 따른 제재 발표를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당초 15일 애플과 메타를 상대로 진행한 디지털시장법(DMA)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최대 영업정지 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이 점쳐진다. 그러나 전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일정이 갑작스레 잡히면서 집행위는 DMA 조사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 본격적인 협상 개시 국면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미국과 2차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검사 간소화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에게 “대일 무역적자를 제로(0)로 하고 싶다”며 농산물과 자동차 교역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여기는 자동차 안전 기준과 관련해 충돌 사고 성능 시험 기준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미국 자동차를 수입할 때는 차량 전면과 측면 충돌 시 탑승자 안전 확보 여부 확인 시험 등 까다로운 항목이 많아 ‘불리한 부담’이 된다. 자동차 안전 기준은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 간 중요한 무역 의제로 다뤄져 왔다.
한편 대만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880억 대만달러(약 3조 8800억 원) 규모의 지원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50억 대만달러의 대출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TSMC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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