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기상 곡우(穀雨)로, 비가 내려 곡식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담겼다. 못자리 준비 등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드는 시기라 농촌은 이 무렵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눈을 돌리는 30~40대가 증가하는 추세다. 덩달아 ‘청년 농부’들의 분주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영농 경험이 없는 청년층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영농 정착 지원사업 수혜자도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1600명이었던 지원사업 수혜 인원은 2025년 기준 2만 26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년 농부들의 낭만만으로 농사를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청년 농부들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다름아닌 ‘건강’이다. 전업으로서의 농사는 단기간의 체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반복적이고 강도 높은 신체 활동이 수반된다. 특히 허리를 숙이거나 무거운 자재를 드는 동작이 반복되다보니 허리 건강에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 농촌진흥청의 ‘2024 농작업 안전재해 주요통계’를 보면 농작업 관련 질병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농작업 관련 질병 종류 중 근골격계 질환이 96.5%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허리는 농업인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로 꼽힌다.
30~40대 청년 귀농인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허리 질환은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노년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업처럼 허리를 장시간 구부리거나 운반 작업이 반복되는 직종은 이러한 퇴행성 척추질환의 시기를 앞당기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 통증과 저림을 유발한다. 척추뼈의 퇴행으로 인한 골극 형성, 척추 인대의 두꺼워짐 등이 주원인이지만 잘못된 작업 자세 및 과부하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일상적인 피로감이나 단순한 요통처럼 느껴져 방치되기 쉽다. 허리를 굽히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만약 허리 통증 및 다리 저림 등으로 인해 10분 이상 걷기 힘들거나 허리 통증으로 인해 허리를 펴거나 뒤로 젖히기 어렵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치료법은 매우 다양하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로 관련 통증을 호전시킨다. 추나요법은 척추와 주변 조직의 부정렬을 교정하고 척추와 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줄 수 있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의 과긴장을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약침은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개선하고 손상된 신경 조직의 회복을 돕는다.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뼈와 인대의 영양 공급, 염증 완화 등 치료 효과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의통합치료의 유효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관협착증으로 입원해 한의통합치료를 받은 환자를 3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입원 환자들의 평균 허리 통증 숫자평가척도(NRS)는 치료 전 5.73에서 3.53으로, 기능을 평가하는 허리기능장애지수(ODI)는 45.72에서 28.41로 크게 개선됐다. NRS와 ODI는 각각 10점, 100점 만점으로 모두 값이 클수록 증상이 심함을 뜻한다.
건강한 척추는 농업 활동의 핵심이다. 사전에 예방하고 조기에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허리를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사에 대한 꿈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재해 없이 풍년을 맛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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