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팔란티어에 주목하라’에는 ‘제2의 테슬라’라는 부제가 붙었다. 테슬라는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올해 들어서도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중 하나다. 실적 둔화 우려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음에도 여전히 테슬라는 서학개미들이 주목하는 종목이다.
그런데 팔란티어라는 다소 생소한 회사가 ‘제2의 테슬라’라니. 책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팔란티어라는 회사의 기원부터 철학, 기술, 고객 사례, 수익 구조, 전망까지 집약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팔란티어는 현재 CEO인 알렉스 카프가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과 2003년 공동 창업한 회사로 출발은 2001년 9·11 테러다. 당시 미국 정보 기관들은 방대한 테러 관련 단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정보의 ‘점과 점을 잇는 능력’이 부족해 사전에 위협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정부는 ‘데이터 분석 역량’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피터 틸은 데이터 기반 금융 사기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도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이러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동 창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직관과 컴퓨터의 분석력을 결합한 플랫폼이어야 진짜 위험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의 벤처캐피털 인큐텔이 2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CIA가 직접 투자한 유일한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팔란티어는 ‘고담’ ‘파운드리’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등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유한 회사다. ‘고담’은 CIA, 국방부 등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보안 특화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며 ‘파운드리’는 민간 기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유통, 물류, 제약, 금융 등 민간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돕는다. ‘AIP’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자신의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챗GPT 스타일로 분석해 질의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최신 플랫폼이다. 책은 이들 플랫폼이 어떻게 정부의 국가 안보 시스템부터 의료 행정, 글로벌 물류, 사기 탐지, 신약 개발까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팔란티어라는 기업을 통해 어떤 기술이 진짜 사업이 되는지, 어떤 구조가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드는지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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