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캠퍼스 내 반(反)유대주의 근절 압박에 반기를 든 하버드대에 “면세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자신의 뜻을 거스른 대가로 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 동결을 발표한 데 이어 세법에 따라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분류돼 면세 대상인 하버드대에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겁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면세 지위는 전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따른 행동에 달렸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하버드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의 영감을 받거나 (테러리스트가) 지지하는 ‘질병’을 추진한다면 아마 하버드는 면세 지위를 잃고 정치단체로 세금이 매겨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대는 전날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트럼프 정부가 요구한 교내 정책 변경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버드대의 거부는 미국 내 여러 대학이 같은 이유로 보조금 삭감 압박을 받는 가운데 나온 첫 공개 저항이다. 이 발표가 나온 뒤 트럼프 정부는 즉각 하버드대에 수년간 22억 달러(약 3조 1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과 6000만 달러(약 854억 원) 규모의 계약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돈을 무기로 한 ‘대학 길들이기’가 노골화하자 하버드대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를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이고 거친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모든 하버드 학생들이 지적 탐구, 치열한 토론, 상호 존중의 환경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처를 함으로써 다른 고등교육기관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다른 기관들도 이를 따르기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최고 명문대의 ‘반기’가 다른 대학은 물론 트럼프 2기 들어 문화 전쟁에 직면한 미국 내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15일 하버드의 뒤를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예일대와 스탠퍼드대에서도 정부의 도 넘은 간섭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의 결정이 로펌, 법원, 언론 및 정부 내 다른 표적들도 반발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짚었다. 하버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아온 다양한 부문의 추가 반기를 이끌어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