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 제국’ 분할을 결정지을 독점 금지 소송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메타에서 인스타그램·왓츠앱이 분리돼 전 세계 소셜미디어 지형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CNBC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메타가 개인 소셜미디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주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셰릴 샌드버그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를 비롯해 메타의 전·현직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FTC는 메타가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2014년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FTC는 저커버그 CEO가 2008년 내부 e메일에서 “경쟁보다 구매가 낫다”고 밝힌 점을 증거로 제시하고, 이러한 인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유지했다고 주장하며 두 플랫폼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FTC는 이용자 입장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의 앱을 제외하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친구 및 가족과 소통하기 위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독점의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메타는 자사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후 두 플랫폼을 크게 성장시켰으며 틱톡, 유튜브, X(옛 트위터), 아이메시지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CNBC는 메타 측 성명을 인용해 “이를 인정하지 않는 FTC의 소송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년 전 승인된 인수 거래를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2021년 FTC의 첫 소장을 기각했지만 이후 수정 제출된 소장에는 “더 강력하고 상세한” 증거가 포함됐다며 소송 진행을 허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메타의 약식 판결 신청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으로 이 사안을 다루기로 결정했다.
메타가 어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의는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FTC는 메타가 SNS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시장에서 스냅챗이 메타 다음으로 큰 경쟁자라고 봤다. 반면 메타는 자사가 ‘사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끌기 위한 더 넓은 시장’의 플레이어임을 강조한다. 단순 SNS를 넘어 틱톡·유튜브·게임 등 모든 콘텐츠 플랫폼들이 경쟁자이기에 인스타·왓츠앱 인수가 시장 독점을 의미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소송에서 FTC가 승리할 경우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인스타그램이 2024년 메타 광고 수익의 41%를 차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플랫폼 분리는 향후 메타의 비즈니스 모델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는 메타 자체의 사업 구조를 넘어 전 세계 소셜미디어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반대로 메타가 승리할 경우 기업 구조는 유지되겠지만 기술 산업 내 독점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FTC의 독립성 문제도 이 소송과 연관돼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5인으로 구성된 FTC 위원회에서 민주당 출신 위원 2명을 해임했으며 FTC의 독립성을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FTC 위원장이 ‘빅테크 저승사자’인 리나 칸에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앤드루 퍼거슨으로 바뀌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확산하기도 했다. WP는 “퍼거슨 FTC 위원장이 소송 진행에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 중단을 지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커버그 CEO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면담하고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로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 대리를 지낸 디나 파월 매코믹을 이사회에 영입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서 최종 판결을 내릴 보스버그 판사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이민자 추방 계획에 차단 명령을 내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급진 좌파 미치광이, 선동가’라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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