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출전 선수가 아닌데도 선수와 같은 조로 꿈의 마스터스 경기를 치른 사람이 있다. 아마추어인 ‘더 마커(The marker)’ 마이클 맥더멋(미국)이다.
김주형과 같은 조로 마스터스 3라운드 18홀을 돈 맥더멋은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지키거나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거나 먼 거리 퍼트를 홀에 붙일 때마다 선수보다 더 큰 응원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레츠 고 마이클” “컴온 마이클” 하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13일(한국 시간) 마스터스 3라운드에는 54명이 출전했다. 전날 2라운드에 2오버파 컷 기준을 통과한 선수는 53명이었다. 마스터스는 3라운드부터는 3명이 아니라 2명이 한 조로 친다. 53명이면 짝이 안 맞는다. 이때 외로운 선수 한 명을 위한 마커가 배정된다. 누군가와 같이 쳐야 경기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2오버파 턱걸이로 3라운드에 진출한 김주형이 짝이 없었다. 전날 밤 그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 회원이며 마스터스 마커 경험이 있고 아마추어 무대에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맥더멋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마커로 배정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엘리트 아마추어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맥더멋은 2년 전 마이크 위어(캐나다)의 마커로 나선 적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이번이 두 번째 마스터스 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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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는 ‘유령 선수’다. 관람객들이 보는 출발시간표에 이름도 없이 ‘마커’로만 적혀있고 캐디빕 등판에도 이름이 없다. 스코어가 기록되지 않고 그래서 스코어보드에도 이름이 안 나온다. 1번 홀 출발 때 이름을 불러주기는 한다. 마커는 종종 선수보다 더 잘 친다. 맥더멋에 앞서 오랫동안 마스터스 마커로 활동했던 제프 녹스는 11언더파 61타의 코스 레코드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핸디캡 2 정도인 맥더멋도 310야드 드라이버 샷과 침착한 트러블 샷으로 고수의 향기를 풍겼다. 김주형은 “정말 멀리 치더라. 아이언 샷 때 내가 그보다 한 클럽 더 길게 잡을 때도 있었다”며 “내가 먼저 퍼트를 끝내면 맥더멋은 남은 퍼트를 하지 않고 그냥 공을 집는 식이었지만 정식으로 했다면 70대 초반은 치는 골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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