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최근 대학가에서도 AI 관련 학과가 빠르게 단일 전공, 학부 등으로 승격하는 등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통상 대학원 전공 또는 융합·부전공 차원이었던 과거와 달리 AI 기술 수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함에 따라 대학 교육 체계도 본격적으로 발맞추는 모습이다.
1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는 ‘글로벌AI융합학부’로 명칭을 바꾸고 산하에 ‘인공지능융합학과’만 단독으로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학생들 대상 찬반투표도 진행했다. 기존에는 데이터사이언스융합전공·인공지능융합전공·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자기설계융합전공 등 총 4개 학과로 이뤄졌지만 AI에 집중한다는 차원에서 전면적인 커리큘럼 개편에 나선 것이다.
성균관대에는 이미 일반대학원 인공지능학과와 학부 차원의 응용AI융합전공(특성화고졸·재직자 전용)이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인문대에서도 AI 중심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학부 관계자는 “글로벌AI융합학부를 인문사회과학 계열 캠퍼스의 AI 전진 기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주요 대학들이 융합·연계전공 차원에서 AI를 다뤄왔다면 이제는 하나의 전공으로 입학하자마자 공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추세다. 최근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한 고려대의 경우 올해 첫 신입생이 입학했다. 대학원 내 인공지능학과, 학부 내 인공지능융합전공과는 별개다. 연세대 역시 첨단컴퓨팅학부 아래 인공지능시스템학과를 신설했다. 같은 학부 내 인공지능학과와는 별개의 커리큘럼을 가졌다.
이처럼 세부화한 AI 전공을 학부 단계부터 도입하는 움직임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실무가 가능한 AI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AI 업계가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관련 인력 충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AI 부문 인력은 5만 1425명이며 부족 인력은 857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AI 사업 운영상 느끼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설문한 결과 ‘AI 인력 부족’ 문제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81.9%에 달하는 등 최대 애로 사항으로 꼽히기도 했다.
남은 과제는 AI 전공 전임교원을 확보하고 기존 학과와 커리큘럼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대학교수의 연봉 수준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만큼 전임교원을 모셔오기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AI학과장 A 씨는 이날 “학과 신설에 맞춰서 교수를 충원하는 것도 어렵지만 얼마나 좋은 인재 풀을 유지하느냐가 최대 고민”이라면서 “후속 세대를 제대로 양성하려면 실력 있는 박사가 필요한데 연봉 1억 원도 안 되는 교원을 택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학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설 학과가 응용 트랙을 탈지, 개발 트랙을 탈지 정체성을 명확히 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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