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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승자독식…오픈AI·구글 떼돈 벌 동안 한국은 통계 '0'

오픈AI, 챗GPT로 3조 벌고

中 딥시크 치고 올라올 동안

韓 AI 기업들 존재감 '제로'

손 놓은 정부에 인재 이탈 악순환

GPU·데이터센터 등 지원 필요성

챗GPT 지브리풍으로 만든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진 한국 이미지.




전 세계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공신력 있는 글로벌 통계에서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개발에 있어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던 글로벌 빅테크들이 지난해부터 자체 AI 모델로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원천 기술 개발에 사실상 손을 놓으며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다.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AI 주요 3개국(G3)’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AI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미국 비영리 AI 연구·조사 기관인 에포크AI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오픈AI는 ‘챗GPT’와 같은 자체 AI 모델 판매를 통해 23억 3000만 달러(약 3조 459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구글의 AI 연구 기업인 딥마인드와 앤스로픽 역시 같은 기간 독자 개발 AI 모델로 각각 4억 6200만 달러(약 6859억 원), 2억 9300만 달러(약 43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에포크AI는 중국(딥시크·알리바바·바이트댄스), 프랑스(미스트랄AI), 심지어는 캐나다(코히어) 기업까지 언급하며 이들 기업이 자체 AI 모델 판매로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 기업들의 경우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경우 올 1월 선보인 저비용·고효율의 모델 ‘R1’을 통해 올해 상반기 비(非)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1억 달러(약 1484억 원) 수준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은 수익뿐만 아니라 기술력 면에서도 에포크AI 보고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에포크AI가 최근 업데이트한 국가별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통계에서 한국은 ‘기타’로 분류됐다. 웹상에서 설정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국의 국가명이 나타났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87개), 중국(58개)과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에포크AI의 통계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가 매년 발간하는 ‘AI 인덱스’ 보고서에 원데이터로 사용될 정도로 공신력이 있는 자료다. 이러한 자료에서 언급이 안 된 것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정부가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꼽는다. 특히 AI와 같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민간기업이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의 경우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며 오히려 산업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HAI가 이달 7일(현지 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민간 부문 AI 투자액은 13억 달러(약 1조 9256억 원)로 국가별로는 11위에 그쳤다. 2022년 6위, 2023년 9위에서 매년 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1091억 달러(약 161조 6316억 원)를 지출해 한국 대비 83배가 넘는 민간 AI 투자액을 기록했다. 2위인 중국 역시 93억 달러(약 13조 7779억 원)로 한국의 7배에 달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AI 산업은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탄생해 그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지에 성패가 달렸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2027년까지 민간 부문에서 65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하도록 했으나 이 역시 현재 방향성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기업조차 AI 원천 기술 개발을 포기하거나 자체 생태계에 접목하는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035720)는 지난해 수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개발하던 자체 생성형 AI ‘코지피티(KoGPT) 2.0’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빅테크 대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독자 기술 개발 경쟁력을 키우는 것 대신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통해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을 활용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네이버 역시 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으나 자사 서비스에만 접목될 뿐 해외 기업 판매 등 외부로는 확장이 안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이후 오픈소스 AI 모델이 주목받고는 있으나 자체 개발력이 부족하면 후발주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AI 산업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 관련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등의 악순환도 발생하고 있다. HAI에 따르면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AI 인재의 유입 또는 유출 여부를 보여주는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지난해 한국은 -0.36을 기록했다. 이스라엘·인도·헝가리·튀르키예에 이어 AI 인재 유출국 5위다.

업계에서는 혁신 없이는 현재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승자 독식 구조가 굳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김장현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 발짝씩 늦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주도로 수학·통계학 등 AI 개발의 기본이 되는 인재를 키우는 동시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 데이터센터 건설과 같은 하드웨어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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