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의 4조 원대 계약은 시리즈 영화 1편에 불과합니다. 계약 발표 이후 다른 빅파마와 기술수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폭발적인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상훈(사진)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GSK와의 계약으로 다양한 타깃과 치료법(모달리티)을 대상으로 ‘그랩바디-B’ 플랫폼의 확장성을 입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랩바디-B는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최근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GSK와의 ‘빅딜’ 뒷얘기도 소개했다. 그는 “올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뒤 3개월 만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GSK가 그랩바디-B를 최고의 기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GSK와의 계약 이후 항체 등을 보유한 기업으로부터 ‘같이 사업해보자’는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에 ‘에피톱’ 단위로 계약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피톱이란 항체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위치를 말한다.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지만 항체가 단백질에서 결합하는 정확한 위치는 약물마다 다르다. 에피톱을 단위로 하면 같은 단백질을 표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수출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GSK와는 새로운 타깃(노블 타깃)의 신약을 개발하기로 한 만큼 현재 퇴행성 뇌질환 신약들이 주로 타깃으로 삼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등 큰 시장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논문 등으로 공개된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의 에피톱 외에 공개되지 않은 에피톱도 많기 때문에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기존에 집중하던 항체 치료제 외에 유전자 치료제로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SK와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또는 폴리뉴클레오타이드 등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앞서 미국 아이오니스와의 공동 연구 결과 그랩바디-B 플랫폼을 활용해 유전자 치료제를 뇌에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뇌질환의 경우 많은 문제가 세포 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항체 치료제보다 유전자 치료제가 유리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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