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활동을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향해 “멍청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관세 정책을 둘러싸고 시작된 트럼프 측근들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머스크 뿐 아니다. 그동안 트럼프 친화적으로 분류됐던 월가와 문화계의 유명인사들이 관세 정책 등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나섰다.
머스크 CEO는 8일(현지 시간) 자신의 X 계정에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라며 “그가 말하는 것은 명백하게 거짓”이라고 썼다. 머스크 CEO는 이어 “테슬라는 미국산 자동차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라며 “나바로는 벽돌자루 보다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머스크CEO와 나바로 고문의 갈등은 지난 5일 표면화했다. 머스크 CEO는 이탈리아의 한 정당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유럽과 미국이 무관세란 이상적인 상황으로 나아가, 실질적인 유럽과 북미 간 자유무역지대 창출에 합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과 달리 무관세 교역을 지지한 것이다. CNN 등 현지 언론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하는 견해를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 X에서 나바로 고문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 사용자가 “나바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댓글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brains)보다 크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나바로 고문도 반격에 나섰다. 나바로 고문은 이튿날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무역과 관련해 백악관과 미국 국민은 모두 일론이 자동차 제조업을 한다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제조업이 아니라 조립업체를 운영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머스크는) 자동차 업자이고 해외에서 저렴한 부품을 원하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머스크의 입장은 사업가의 이해관계에 따른 비판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머스크CEO의 이날 ‘멍청이’ 발언은 나바로의 비판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머스크 CEO는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이며 미국산 부품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공장에서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자동차를 생산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부품 국산화 비율도 60~75%로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친 트럼프 인사들의 갈등은 이날 백악관의 정례브리핑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무역과 관세에 대해 아주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이 있는 것이고 정부는 공개적인 대결이 계속되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며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두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주말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규 관세 철폐를 호소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관세 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나바로 고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백악관은 머스크 CEO의 비판을 일상적인 의견 충돌로 치부했지만 최근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인물들의 공개 반대 발언은 이어지고 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서 “우리는 스스로 유발한 경제적 핵겨울로 향하고 있으며, 우리는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전 세계 기업 리더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월가의 대표적 트럼프 지지자로 꼽혔다. 이에 그는 현 상황에 대해 “내 잘못(my bad)”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코미디어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종합격투기 UFC의 해설가인 조 로건은 지난달 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두 나라 팀이 참가한 스포츠 경기에서 캐나다 국민들이 관세와 관련에 미국에 야유를 보냈다며 안타까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건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체포작전을 두고 “끔찍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로건은 대선 전 자신의 팟캐스트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에서 세 시간 분량의 트럼프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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