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의 온기가 식고 있다며 넉 달째 경고했다.
KDI는 7일 ‘경제동향 4월호’에서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며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하방 위험 증대”, 2월 “하방 위험 고조”라고 진단한 데 이어 3월과 4월 “하방 압력 확대”를 재차 언급한 것이다.
특히 KDI는 이번에 대외 여건의 급격한 악화를 우려했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2일(현지시간) 당초 예상을 웃도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확인하면서 경계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셈이다.
분기별 총수출액 증가율은 2024년 3분기 10.5% → 2024년 4분기 4.2% → 2025년 1분기 -2.1%로 지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고성장세를 보였던 ICT 수출액 증가폭 축소(2024년 3분기 38.5% → 2024년 4분기 27.5% → 2025년 1분기 6.1%)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4월 들어 미국의 관세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출 여건은 더욱 나빠질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3일 오전 0시1분부터 미국 밖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예외 없이 부과하기 시작했다. 5일부터는 세계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를, 9일엔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수출기업이 받을 타격은 돌고 돌아 국내 생산과 소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KDI는 “평균가동률(1월 73.5% → 2월 73.1%)이 하락하는 등 제조업생산은 다소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설 명절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 소매 판매는 1.1% 감소했다. 내구재(2.0%)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나타난 승용차(10.4%)를 중심으로 반등했으나 준내구재(-4.0%)와 비내구재(-1.4%) 등은 죽을 쒔다.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이 지속됐다. 1~2월 평균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3.7%),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5.6%), 교육서비스업(-1.8%) 등을 기록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지난해 12월의 극심한 위축에서 벗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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