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과 5월 황금연휴, 6월 조기 대선 이슈까지 휘몰아치면서 서울 아파트 분양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6월 수도권 아파트 분양 물량은 5만여 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5만 5000가구) 대비 약 10% 감소한 규모다. 그러나 분양 업계는 실제 분양 실적이 이보다 더 저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초부터 주요 단지의 분양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의정부 ‘힐스테이트 회룡역 파크뷰(1816가구)’는 애초 올해 2월 분양 예정이었지만, 이달에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분양 시장 추이를 보고 조합 측에서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시티오씨엘 7단지(1453가구)’도 분양 시기를 2월에서 4월로 미뤘지만, 입주자모집공고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히 올해 서울의 분양 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1~3월 분양에 나선 곳은 올해 2월 공급한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가 유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 실적(6700여 가구)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구 ‘청계 노르웨이숲’(4월)과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5월) 2곳만 현재 분양이 가시화된 상태다.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는 대조동 88번지 일대 대조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전체 2451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은 483가구뿐이다. 구로구 ‘고척푸르지오힐스테이트(983가구)’,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801가구)’, 성북구 ‘서울동선2구역(334가구)’도 5월 분양을 계획 중이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4월에 이어 5월에도 서울 일반 분양 물량은 500가구를 밑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탄핵 등 정국 혼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분산되자 저조한 분양 실적을 우려한 조합 등 시행사가 일정을 미룬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5월의 경우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최장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도 분양 일정 조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만 해도 서울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신축이 공급되는 6월에는 분양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서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실제 2022년 제20대 대선이 열린 3월 서울의 분양 단지는 단 2곳으로, 일반 분양 물량은 300여 가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르엘(1865가구)’은 올 상반기 분양이 점쳐졌지만,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신동아아파트를 재건축 한 ‘아크로드서초(1161가구)’도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정책 불확실성과 여름철 비수기,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에 9월 이후 공급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분양 낙인이 찍히면 이를 해소하는 데 큰 걸림돌이 돼 불확실성 해소가 가장 큰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 가뭄 등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올 하반기 한 번에 쏠리면 집값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입주 물량은 9640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예정 물량(3만 7681가구)의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어떤 대선 후보든 선거 과정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하반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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