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6일 자신의 지지 모임인 국민변호인단에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아닌 지지층을 상대로 한 결속 행보를 이어가며 조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내놓았다. 윤 전 대통령은 풍찬노숙·단식 등과 같은 지지층의 투쟁을 “자유와 주권 수호의 일념으로 싸우는 모습”이라며 “뜨거운 나라 사랑에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청년 지지층을 향해서는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이 여러분”이라며 “청년 여러분께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으로 되돌아간 후에도 이른바 ‘윤심’을 통해 국민의힘의 경선과 대선 구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에 대한 메시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없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4일 국민의힘 지도부 회동에 이어 5일에는 나경원 의원과 1시간가량 차담을 가졌다. 윤 전 대통령은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의회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가지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이 나 의원에게 먼저 만남을 제안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사저 정치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넉 달 동안 형성된 탄핵 반대파를 발판 삼아 현실 정치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불소추특권을 잃은 채로 재판을 받아야 하고 공천 개입 의혹 등의 수사에도 속도가 붙으며 향후 입지가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은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일정한 지지세를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나 의원을 만난 것 역시 아스팔트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거둬들이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도,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도 없다”며 “관저 정치로 또 대한민국을 흔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막후 정치의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불명예 퇴진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을 가져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도 대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팬덤이나 지역 기반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 없다”며 “탄핵 정국에서 올라간 지지세도 빠르게 해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에도 한남동 관저에 머물렀다. 퇴거 시점은 일러도 이달 9일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퇴거 시 행선지는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가 유력하다. 다만 주민 불편 등의 이유로 서초동으로 돌아간 뒤 제3의 장소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매주 일요일 수석급 회의를 주재해왔으나 이날은 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참모진 회의 개최 여부와 관련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 파견된 참모진도 조만간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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