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개관을 추진 중인 윤봉길 의사 추모관을 두고 일본 우익 단체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며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윤 의사를 '테러범'으로 규정하며 추모관 개설 중지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30일(현지시간) 가나자와 중심가에서는 우익 단체 소속 차량 70여 대가 윤봉길 의사 추모관 설립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큰 소음을 내며 시내 중심부를 장시간 주행했고,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돌발 사고에 대비했다.
갑작스러운 시위로 인해 도심은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었다. 현지의 한 60대 주민은 "교통 체증이 심해 버스가 움직이지 않아 승객들이 중간에 내려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가나자와를 방문한 50대 한국인 관광객은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보였다.
윤 의사 추모관 개관은 KBS 전 객원연구원인 김광만 다큐멘터리 PD가 주도하고 있으며, 훙커우 의거 93주년인 오는 4월 29일 개관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김 PD는 이미 가나자와 시내 중심부의 3층 건물을 매입한 상태다.
추모관 설립 소식이 전해지자 우익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가나자와시청과 현지의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등을 상대로 무차별 항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우익 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50대 일본 남성이 민단 이시카와현 지방본부 건물 벽에 차량을 돌진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민단은 "추모관 개설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시 당국 관계자는 "개관 허가를 내주는 입장이 아니어서 지금은 개입할 수 없다"며 난처한 입장을 밝혔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을 맞아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의 상하이 점령 전승 기념식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를 사망하게 한 독립운동가다. 그는 의거 직후 체포돼 같은 해 12월 19일 가나자와의 일본 육군형무소에서 총살형으로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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