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고, 금융상품거래법상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방침이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내부자 거래 규제 도입과 함께 현행 최대 55%인 과세율을 20%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이 같은 내용의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안을 2026년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비공개 전문가 연구회를 열어 현행 제도를 점검해 왔으며 올해 여름부터는 총리 자문 기관인 금융심의회에서 세부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자금결제법’에 따라 결제 수단으로 규정돼 관리되고 있다. 반면,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상품들은 ‘금융상품거래법’에서 ‘유가증권’으로 규정해 관리 중이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은 결제 수단이 아닌 금융상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다만, 기존의 유가증권과는 다른 금융상품 카테고리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법이 바뀌면 가상자산 거래에도 내부자 거래 규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발행사나 거래소의 신규 사업 등 정보를 알게 된 관계자가 공표 전 거래하는 경우 등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중요 사실로 간주할지는 앞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법 개정 배경으로는 일본 내 가상자산 투자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의 가상자산 거래는 1월 기준 국내 활성 계좌 수가 약 734만 개로 5년 전보다 약 3.6배 증가했다.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매매나 보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가상자산이 법적으로 유가증권에 준하는 취급을 받게 되면, 실물 비트코인 등으로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허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닛케이는 “국민의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는 금융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검토는 가상자산 ETF 허용 및 활용 촉진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1월 비트코인을 운용 대상으로 하는 ETF가 승인돼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투자자 층도 두터워졌다.
법 개정 시 세제 측면의 취급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는 종합과세로 매매익 등에 최대 55%의 세금이 부과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번 회계연도 세제 개정 방침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정비’를 전제로 이 세금을 ‘세율 20%의 금융소득과세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금융청은 올 여름 제출할 2026년도 세제 개정 요청에서 가상자산에 분리 과세를 적용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금융청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가상자산 발행사와 거래소에 투자자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유가증권만큼 엄격한 기준은 아니지만, 기업 정보와 거래 정보 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부과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발행사 등 관련 업체는 해외 사업자도 많아 기업의 소재지에 관계없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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