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기 웹툰으로 플랫폼을 성장시키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국고 지원을 받은 뒤, 중국 웹툰을 수입하는 데 지원금을 사용한 회사에 대해 계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 부장판사)는 국내 웹툰 플랫폼 기업 A사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을 상대로 제기한 국고지원금 환수 처분 무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콘진원은 2022년 ‘만화 해외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지원사업’을 공고하며, 한국 만화의 해외 진출을 이끌 플랫폼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국고 지원을 추진했다. 이에 A사는 ‘한국 인기 웹툰을 확보해 플랫폼에 추가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같은 해 5월1일부터 11월15일까지 총 사업비 3억 9000만원 규모의 협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콘진원은 “A사가 지원금을 횡령하고, 사업계획서와 달리 다수의 중국 웹툰을 구매했다”며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국고지원금 2억 5710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A사는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원금 사용이 계약 목적 외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로 신청한 정황도 없다”며 “사업 목적은 플랫폼 육성과 콘텐츠 확보에 있으며, ‘한국산 웹툰’이 필수적 조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콘진원은 A사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등록된 업체로부터 웹툰을 구매해 국고지원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해당 업체의 이사로 등재된 이력이 있지만, 계약 당시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었고 법적인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사가 제기한 ‘협약 해지 및 환수 처분 취소’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각하했다. 보조금법상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중앙관서의 장’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콘진원은 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해당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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