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마감 시한으로 정했다. 이날까지도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는다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국무위원 줄탄핵’ 요구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민주당이 국무위원 탄핵을 고리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 총리가 4월 1일까지 헌법 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기간이 흘렀다”며 “헌법기관인 국회는 헌정 질서를 수호할 책무가 있고 민주당은 주어진 모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서는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중대 결심’의 무게가 한 권한대행과 최 경제부총리에 대한 ‘쌍탄핵’ 추진에 실린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에서도 마 후보자 미임명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린 만큼 국무위원 줄탄핵보다는 역풍 우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 의심하는 ‘국무회의 무력화’에 대한 시선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국무회의는 구성원의 과반(11명)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고 출석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민주당이 국무회의를 무력화하려면 쌍탄핵을 포함해 6명의 국무위원을 추가로 탄핵해야 하는데 휴일까지 동원해 본회의를 열더라도 최소 18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으로서도 국무회의 무력화를 위한 본회의 개최는 위험 부담이 크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8일까지 줄탄핵 완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초선 의원들의 줄탄핵 언급은 마 후보자 미임명의 위헌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언적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은 한 권한대행이 1일 국무회의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주뿐만 아니라 4월 18일, 또는 그 전후까지 국회 본회의를 상시로 열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이에 앞서) 31일부터 4월 1~3일까지 최대한 본회의를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31일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 본회의 및 4월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재탄핵 방침을 공식화한 만큼 협상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헌재 압박과 달래기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져 헌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헌법재판관 또한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우주의 무게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계실 것”이라며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판단이 긴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전날(29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장외 집회에서 김복형·정형식·조한창 헌법재판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지 말아야 한다. 을사오적의 길을 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8일 전까지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이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복기왕 민주당 의원이 후임자 임명이 안 된 경우 재판관의 임기를 6개월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 씨, 국무위원 줄탄핵을 언급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내란선동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를 ‘무고죄’로 맞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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