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사경찰의 수장인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우 본부장이 제 2대 국수본부장으로 취임한 뒤로 굵직한 사건사고 수사 지휘는 물론 수사인력 충원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왔던 만큼 그 공백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달 28일 우 본부장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퇴임 간담회를 열고 2년 간 역임해온 국수본부장직을 내려놨다. 3만 명 수사 경찰의 수장인 우 본부장은 개별 수사는 물론,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단장으로서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계엄 수사를 진두지휘해왔다. 조지호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하면서 경찰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수장을 체포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하며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등 격변의 시기를 보낸 우 본부장은 “수사 경찰은 결코 멈추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본부장은 2023년 3월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에 이어 제2대 본부장으로 취임했다. 당초 정순신 변호사가 본부장으로 임명됐었지만 취임 예정일 하루를 앞두고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조명되면서 사의를 표명하자 당시 경기남부경찰청장이었던 우 본부장이 ‘구원투수’로 본부장에 임명됐다.
행정고시 출신인 우 본부장은 경찰에 입직한 뒤 경찰청 치안정책관, 서울청 차장, 경찰청 차장 등 기획과 관련한 직책은 물론 서울청 수사부장, 국수본 형사국장, 서울청 수사차장 등 수사부서를 거치며 드루킹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등을 담당하기도 했다.
기획과 수사를 두루 거쳤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우 본부장은 두가지 측면 모두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수사와 관련해서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리딩방 사기, 유사수신 등 다중피해사기범죄와 마약과 도박 등에 대응하는 경찰의 수사역량을 강화했다. 수사인력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 본부장은 죄종별 수사체제에서 수법 중심으로 소관 부서를 재조정하거나, 단일 사건별 수사가 아닌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사건들을 분석해 동일 단서와 수법의 범죄를 병합수사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건처리 기간은 2년 만에 56.2일 줄어들고 사기범죄 검거율은 7년 만에 반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반면 장기사건이나 이의신청, 요구요청 비율은 대폭 감소했다. 수사경찰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 수사경과 응시인원도 다시 반등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과들로 내부에서 신임을 받고 있던 우 본부장이 계엄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임을 하게 되자 내부에서는 수사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 본부장의 퇴임도 퇴임이지만 뒤를 이을 신임 본부장은 물론 직무대리도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통상 국수본부장 퇴임 2개월 전에 인선 절차가 시작된다. 국수본부장은 10년 이상 수사 또는 판사·검사·변호사 경력을 보유한 외부인 중에서 공모를 받아 임용이 가능하다. 다만 국수본부장은 대통령이 임용해야하기 때문에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모두 공석이라 당분간 신임 본부장 임용은 어려울 예정이다. 우 본부장과 같이 구원투수 격으로 내부 전보 인사를 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 직제상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직무대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계엄 당시 방첩사의 국회의원 체포조 구성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직위해제 돼 불발됐다.
이에 김병찬 수사국장(치안감)이 직무대리를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야당 측에서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김 국장이 위증죄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바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재성 형사국장(치안감)이 직무대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우 본부장이 맡았던 특수단장 역할은 특수단 부단장을 하던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이어받게 돼 계엄 수사는 공백을 면하게 됐지만 국수본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우 본부장 지휘 하에서도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는 등 수사에 각종 어려움이 있었는데 직무대리 체제에서는 더욱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국수본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사는 차치하더라도 정부나 정치권의 상황 등 각종 사안을 고려해야 하는 계엄 수사의 경우 수장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일반수사와 계엄수사를 모두 지휘하던 컨트롤타워가 없어지고 불가피하게 각자 대리 체제로 갈 수밖에 없으니 직원들은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다만 우 본부장은 이달 17일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상시적인 시스템 갖추고 있었고 시스템대로 수사를 해왔기 때문에 개인이 퇴임한다고 해서 수사체계가 흔들리는 등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집단지성을 모아 수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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