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등 주요 의대가 미복귀 의대생 제적 마지노선을 앞두고 등록 마감일을 연장하거나 제적 규정을 완화하는 등 학생들 복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경하던 의대생 단일대오가 이미 무너진 가운데 서울대에 이어 ‘빅5’ 의대 중 하나인 울산대와 성균관대 학생들도 전원 복귀 의사를 밝혔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미복귀 학생들을 상대로 제적 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던 고려대는 31일까지 등록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등록 마감 이후에도 복귀를 희망해 면담을 신청한 학생들이 260여 명에 달하자 복학 의사를 밝힌 미등록자에 한해 31일까지 등록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복학 면담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고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맞다”고 밝혔다. 고려대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학생들 역시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1학기 수업 등록을 마감한 연세대 의대에서는 결국 제적된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등록 기한이 마감된 경희대는 제적 규정을 완화하며 복귀 독려에 나섰다. 허영범 경희대 의대 학장은 전날 학부모 대상 간담회를 열고 “학생 보호를 위해 경희대 의대는 올해 학칙 개정을 통해 유급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유급 횟수가 3회 이상이더라도 제적이 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학들이 등록 마감 이후 복귀 의사를 밝힌 학생들을 받아들인 데는 대규모 제적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의대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학교 측의 의도는 제적에 있는 게 아니라 최대한 학생들을 보호하고 수업에 복귀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의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울산대는 의대 학생들이 전원 복귀하기로 해 이날 예정됐던 제적 통보를 유예하기로 했다. 전원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서울대에 이어 울산대가 두 번째다. 이날 성균관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전원 올해 1학기 복학 신청을 하기로 했다.
‘미등록 휴학’을 내세운 의대생들의 복귀가 이어지면서 의대 측은 ‘큰 고비는 넘겼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의대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복귀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전원 복귀 의사를 밝힌 서울대는 복귀 의대생을 대상으로 수강신청과 관계없이 수업을 듣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부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 등을 통해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의대 정상화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미등록 학생들이) 제적 당하느냐, 등록 후 수업 거부를 하느냐에 대한 전망은 의미가 없다”면서 “학교가 이미 제적 카드를 꺼낸 순간부터 학생을 보호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대정부 투쟁의 한 축을 맡은 의대생의 복귀가 잇따르자 전공의 집단도 반발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복귀 의대생들에게 “상대의 칼끝은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나”라며 “죽거나 살거나, 선택지는 둘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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