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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골동 보이차가 좋다?…입맛에 맞는 게 최고”

◆국내 1호 보이차 박사 이연희 휴대인 대표

외환위기 때 중국 유학…32년째 덕업일치 삶

억대 가짜도…kg값어치→톤 값으로 둔갑

보이차, 즐기기보다 투자 목적 세태 씁쓸

국산 녹차 품질은 으뜸…해외 수출 꿈꿔

이연희 휴다인 대표가 보이차를 내리면서 차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영국 옥스퍼드사전에 화병(火病·Hwabyung)이 등록됐잖아요. 그만큼 우리가 화를 잘 낸다는 의미인데 차를 마시는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커피와 달리 차는 여러 번 우려내 마실 수 있어요. 보이차는 20번가량 우려낼 수 있죠. 대략 30분, 1시간이 걸리지요. 차를 마시고 차분해지면 화도 줄어들지 않겠어요.”

2008년부터 보이차와 녹차 등 차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이연희(57) 휴다인 대표는 28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휴다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차는 제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라며 “일과 후 저녁에 차를 마시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1호 보이차 박사로 1993년 차와 첫 인연을 맺은 뒤 32년째 덕업일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998년 중국 윈난성 윈난농업대를 거쳐 충칭 서남농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귀국 후 창업했다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 농업과학원에서 박사 학위(2014년)를 받았다. 휴다인(休茶璘)은 ‘차를 마시는 사람이 머무는 자리는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휴다인 소재지는 주말마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집회가 열리는 헌법재판소 부근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위로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차를 마시면 내려놓을 수 있고, 내려놓을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내공도 쌓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차의 인연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장에서 ‘미스 리’ ‘미스 김’으로 예사롭게 부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게 싫어 퇴사한 뒤 개인 사업을 하면서 우연히 차 교실을 찾아갔더니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다들 서로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게 인상 깊었죠. 진로를 결정한 계기였습니다.”

그가 중국 유학길에 오른 건 보이차를 알수록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었다. ‘왜 오래된 보이차는 비싼 것일까’ ‘진품과 가짜는 어떻게 구별하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보이차 애호가가 제법 있었지만 적절한 가격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숙차(熟茶·인공 발효 차)와 생차를 구분조차 못했다”고 회고했다. “보이차는 원래 중국에서 그렇게 인정받던 차가 아니었어요. 1980년대 후반부터 오래 묵히면 부드럽고 맛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주목을 받게 됐죠. 하지만 유학 초기 보이차 산지를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그런 사실조차 모르더군요.” 재고를 쌓아두던 홍콩의 찻집들이 홍콩의 중국 반환이 기정사실화하자 대만에 대거 처분했고 대만 사람들이 오래된 보이차의 진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알아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80년, 100년 된 보이차?…오래될수록 가짜 가능성 높아

지난해 11월 홍콩 L&H옥션에서 520만 홍콩달러(9억 4000만여 원)에 낙찰된 1950년대 산 홍인 1통(7편). 가운데 붉은 색 도장을 찍어 ‘홍인(紅印)’으로 부른다. 사진 제공=휴다인·홍콩L&H옥션


240만 홍콩달러(4억 4000만여 원·7편)에 낙찰된 1950년대 ‘남인(藍印)’. 골동 보이차는 포장지 재질과 변색 상태, 글자 모양·색깔 등으로 진위 여부를 감별한다. 사진 제공=휴다인·L&H옥션


수억 원에도 거래된다는 골동 보이차,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도 몇 년 전 최소 50년 이상 된 ‘홍인(紅印)’ 보이차 한 편(357g)이 경매에서 억대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연도가 오래될수록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래될수록 비싸다는 것이 반드시 맞다고 말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만든 지 50~70년 넘는 골동 보이차 대부분은 홍콩에서 나온 것인데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오래 보관된 탓에 양질만 유통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80년, 100년 됐다는 골동 보이차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어요. 만약 그런 보이차라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죠. 중국 유학 시절 kg 값어치를 톤 값으로 파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어요. ”

이 대표는 “오래된 것, 비싼 것을 찾기보다는 제 입맛에 맞는 것이 최고”라면서 “부담 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가격대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차는 그 자체로 즐겨야지 값어치를 앞세우거나 투자 목적으로 수집하는 세태가 씁쓸하다”고 했다.

그의 소망은 국산 녹차의 맛과 향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 수출용 녹차 브랜드 ‘인티맥스’도 만들었다. 그는 “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녹차 재배에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췄다”며 “중국 전문가들도 우리 녹차를 으뜸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 녹차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몇몇 선결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 농가의 일손이 너무 부족해요. 균일한 제품을 대량생산하기도 어렵죠. 최근에는 중국식 제다(製茶)법을 모방하면서 전통 녹차의 진로가 흔들리고 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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