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25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남태령고개 일대에서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선 가운데 이를 막는 경찰과 12시간 넘도록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전농 산하 ‘전봉준투쟁단'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윤대통령 즉각 파면 결의대회를 연 뒤 행진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전농은 당초 오후 3시부터 트랙터 20여 대와 1톤 트럭 50대를 동원해 서울 광화문으로 이동한 뒤 비상행동 측 촛불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찰이 트랙터의 서울 진입을 불허하면서 26일 오전 1시가 넘는 시간까지 남태령고개에서 집회를 지속했다.
앞서 23일 서울경찰청은 물리적 충돌 우려와 평일 교통 불편 등을 근거로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 법원은 경찰의 통고를 일부 받아들여 트럭 20대 진입만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농 측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은 기각하고 농민들의 평화로은 트랙터 행진을 막아서는 불평등한 법과 공권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트랙터를 대형 트럭에 싣고 집결했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남태령 집회 현장에는 트랙터를 실은 트럭 약 60대가 경찰차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농 측은 연신 "평화 행진 막지마라", "경찰은 즉시 차 빼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발언에 나선 하원오 전농 의장은 “윤석열 파면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 고개에 있는 트랙터들이 다 행진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회장은 “이곳 남태령을 광화문 광장, 5·18 광장으로 만들자”며 “파면이 확정되는 그 순간까지 함께하자”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이원택·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참여했다.
한편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유튜버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전농 측 간의 충돌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남태령역 2번 출구 인근 길목에서는 ‘이재명 깜빵으로’, ‘탄핵 각하’ 등의 피켓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 약 60명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전농 집회 참여자들이 근처를 지나가자 윤 지지자들은 “빨갱이는 지옥으로 가라” 등의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경찰이 두 단체 사이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무력 충돌 상황에 대비했으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신경전이 반복되자 방배경찰서 측에서 “상대방을 향한 자극적인 발언을 중단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전봉준투쟁단은 지난해 12월에도 경남·전남에서부터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를 몰고 서울 진입을 시도하다 서초구 남태령역 앞에서 진입을 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당시 28시간 동안의 대치 끝에 22일 경찰이 차벽을 해제하면서 전농은 대통령 관저 인근까지 진출했다. 이후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전농 지도부 등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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