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공격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으로 연일 글로벌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그린란드 매입 제안, 가자지구 인수 논의, 세계 무역규범을 무시한 관세 위협 등 트럼프 특유의 ‘비즈니스 협상 전략’이 글로벌 외교·통상환경을 휘젓고 있다. 에너지통상분야도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됐던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들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신규 LNG 수요 시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미국발 LNG 통상환경의 급변과 새로운 LNG시장 질서에 발맞춰 재빠르게 움직였다. 일본 정부는 신속하게 미국과 LNG 협상에 나서 미국산 LNG 도입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미국과 공동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일본이 미국산 LNG 수입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국 가스시장이 경쟁을 허용하는 개방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LNG를 수용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LNG 트레이딩에 유리한 환경을 구축했다. 우리나라의 가스시장 구조는 일본과 다르다. 국내 가스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가스공사는 국내 수요를 넘어서는 LNG를 수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도 잉여 물량에 대한 처분이 법적으로 막혀있어 자가소비량보다 많은 LNG를 무턱대고 수입할 수 없다.
미국산 LNG 도입을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가스 시장과 법제의 경직성·폐쇄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민수용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산업·발전용 등 특정 용도의 LNG에 대한 재판매 시장이 열린다면 미국산 LNG를 수입할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가스시장에 참여한 LNG 공급자들도 재판매 시장 존재 자체로 LNG 물량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옵션을 갖는 셈이다. 재판매시장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국내로 수입하는 LNG에 대한 엄격한 용도 구분 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LNG는 단순히 미국과의 에너지통상전략으로 쓰일 협상카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과 연계된 중요한 에너지 안보자원이다. 다가올 전기시대에 저탄소·저비용으로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AI)·디지털이 일상이 되면 데이터센터 운영 등 단 1초도 끊김없이 질좋은 전기가 차질없이 공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이기 때문에 역부족이고 석탄 발전은 탄소배출이 많아 활용이 어렵다.
전 세계적인 LNG 활용 증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성장 기회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에너지 기술력과 LNG시스템 구축 경험을 수출할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LNG기술력과 시스템 경쟁력을 인정받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LNG터미널과 LNG액화·기화시설 등 LNG 연계 사업에서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지혜로운 협상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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