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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시계 선물했다가는 중국인과 의절할 각오해야 [김광수의 중알중알]

중국어 발음에 따른 ‘해음’ 주의

음력 1월 8일 새해 첫 출근일로

8·6·9 선호, 3·4·7은 피하려 해

배·신발·시계 등 부정적인 발음

춘제 갈라쇼에서 춤추는 유니트리 H1. CCTV 캡쳐




중국은 춘제(음력 설) 기간 일주일 가량이 연휴입니다. 워낙 넓은 영토다 보니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보통 음력 설 전날인 섣달 그믐부터 시작해 음력 1월 7일까지 공식 연휴인데요. 중국은 음력 1월 8일을 새해의 첫 업무일로 삼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어로 음력 ‘1월 8일(初八)’의 팔 발음(빠)이 ‘돈 많이 버세요(發財)’고 할 때 파(發)와 비슷해서 8일부터 일을 시작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죠. 중국의 자동차 번호판, 전화번호 등에 숫자 8이 들어가는 것이 인기 있는 것도 같은 이유죠. 음력 1월 8일부터 일하기 시작했다는 다른 해석으로는 출발(出發)의 발음과 음력 1월 8일의 발음이 같아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새해를 출발하는, 일하는 시작의 개념을 담은 날이라는 거죠.

중국어에는 이렇게 발음은 비슷하거나 같지만 의미가 완전히 다른 글자를 해음(諧音)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하면 동음이의어로 볼 수 있는데요. 발음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를 줄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발음들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얼마나 발음에 집착하는지, 몇 가지 예를 통해 이해를 돕겠습니다.

일단 8처럼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보면 6과 9가 있습니다. 6은 중국어로 ‘흐르다’는 뜻의 ‘流’와 발음은 같고 성조만 다릅니다. 666은 서양에선 악마의 숫자라고도 부르지만 중국에선 ‘대단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중국인이 8 다음으로 좋아하는 숫자입니다. 9는 장수한다는 뜻의 ‘久’와 발음과 성조가 모두 같습니다. 그만큼 예로부터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3, 4, 7은 중국에서 싫어하는, 피하고 싶은 숫자로 분류됩니다. 3은 흩어지다, 헤어지다라는 뜻의 ‘散’과 발음이 같아서인데요. 가진 재물이 흩어진다고 생각해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발음인 우산(傘)도 선물로 주지 않습니다. 친구 사이에선 헤어지게 된다는 미신을 담기 때문이죠. 4는 우리나라에서도 싫어하는데요. 중국도 같은 이유입니다. 죽음을 의미하는 ‘死’와 발음이 같아서죠. 서양이나 우리나라에선 행운의 숫자로 불리는 7도 중국에서 서양 문화를 접한 경우 좋아하기도 하지만 크게 좋아하는 숫자는 아닙니다. ‘화를 내다’는 표현(生氣)의 ‘氣’와 같은 발음이어서죠. 예민한 중국인들은 테이블 번호, 식당의 방 번호도 3, 4, 7을 피하고 싶어할 수 있으니 비즈니스 미팅 같은 일정에선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중국에선 5월 20일과 5월 21일이 ‘연인의 날’로 불립니다. 이 날은 연인끼리(라고 쓰고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인식됩니다. 타오바오, 징둥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선 화장품, 여성용 의류나 액세서리 등의 할인 폭이 큰 편입니다. 이 날을 전후로 결혼을 하는 커플은 혼인신고를 이 날짜에 맞춰 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하고, 혼인신고자가 몰려 관공서에서는 야근도 합니다. 520, 521의 발음이 ‘사랑해(我愛爾)’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발음 때문에 중국에선 선물을 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3과 같은 발음의 우산 외에도 불길하거나 부정적인 단어의 발음과 유사한 물건은 선물하지 않는 게 관례인데요.

대표적인 것이 시계입니다. 한국에선 집들이 선물로 벽시계를 주로 선물하곤 했는데요. 중국어로 시계의 발음이 종말, 끝을 의미하는 ‘終’과 같습니다. 특히 ‘시계를 주다’라는 중국어 표현인 ‘送鐘’이 ‘장례를 치르다’는 ‘送終’과 발음이 같으니 절대 시계 선물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에선 고급 과일인 배도 중국에선 선물로 주지 않습니다. 배(梨) 발음이 떠나가다, 헤어지다는 의미의 ‘離’와 같아서죠. 우리나라에서도 연인 사이엔 꺼리는 선물인 신발도 중국에선 ‘사악하다(邪)’와 동일한 발음이라 상대방에게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은 아닙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 같은 동북아에 있고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중국이지만 문화나 풍습은 생각보다 차이가 많죠. 언어에서 오는 차이가 큰데요. 아무리 인공지능(AI)이 실시간 통역을 해주는 시대라지만 중국어의 특성을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국인과의 관계 형성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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