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가 결합한 ‘디지털 치료제(DTx)’가 제약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기존 화학·바이오 신약과 달리 소프트웨어 기반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비용 절감, 환자 맞춤형 치료, 실시간 데이터 분석 등의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수십 개의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5개만이 승인이 나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산업 보고서 ‘KPBMA FOCUS’인 ‘디지털 제약회사가 만드는 디지털 신약’에서 이 같이 조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 관리 및 치료하는 신개념 치료법이다. 기존 의약품처럼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대신, 환자의 행동 패턴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건강, 만성질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의약품과 병용하는 ‘디지털 융합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100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신약 대비 개발 비용이 30~50% 절감되며, 임상시험 진행 속도도 빠르다. 기존 신약이 개발부터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소요되면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3~5년 내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4년 10월 기준 37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출시됐었으며, 독일에서는 56개, 영국에서는 20개가 허가됐다. 한국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개의 디지털 치료제를 승인했으며, 대표적으로 에임메드의 ‘솜즈’, 웰트의 ‘슬립큐’, 뉴냅스의 ‘비비드브레인’ 등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급속한 성장에도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보고서는 우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경제성 평가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도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점차 늘고 있으나,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미비해 활용이 제한적인 실정”이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은 디지털 치료제의 가치를 반영한 급여 체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표준화 및 규제 정비도 중요한 과제다. 강 대표는 “현재 미국 FDA, 유럽 의약품청(EMA), 한국 식약처 등 각국의 규제 기관이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 및 허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국가별 차이가 있어 국제적 조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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