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연속 20% 넘게 오르며 상승 가도를 달리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변동 장세를 보이자 손실을 완충해주는 버퍼(buffer)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올 들어 두 달 새 순자산이 4조 원 넘게 증가하며 9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버퍼형 ETF의 순자산 규모는 618억 4000만 달러(약 89조 9525억 원)로 지난해 말(약 85조 1857억 원) 대비 4조 7668억 원 증가했다. 2019년 19억 3700달러 대비해서는 5년 만에 3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버퍼형 ETF란 이름 그대로 주가 하락 시 충격을 흡수하는 손실제한용 상품이다. 기존 커버드콜 전략처럼 옵션 매도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다만 커버드콜과 달리 마련된 재원을 분배금 형태로 지급하지 않고 풋옵션(자산을 일정 가격에 팔 권리)을 매수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완충한다. 가령 10%의 손실 완충을 추구하는 버퍼형 ETF에 투자할 경우 주가가 10% 하락할 때까지 손실이 발생하진 않는다. 그 이상부터는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다. 커버드콜처럼 주가 상단은 제한돼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버퍼형 ETF는 2016년 자산운용사 이노베이터가 처음으로 선보인 후 현재 블랙록·알리안츠 등 11개 운용사가 276개의 상품을 운용 중이다. 최근 미국 증시의 고점 부담이 가중된 탓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운용사 중 최초로 버퍼형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 ETF는 이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으로 손실 완충 목표는 10%다. 타 운용사들 역시 버퍼형 ETF 출시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국내외 증시가 극심한 변동 장세를 보이고 있어 버퍼형 ETF에 대한 투자자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버퍼형 ETF에 국내 정착을 두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ETF 운용역은 “옵션 매도·매수만 잘 살펴봤으면 됐던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원·달러 환율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환율 변동에 따라 실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환율 전망도 함께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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