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 시간) 독일 쾰른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평화의 소녀상은 쾰른 시내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설치됐다. 6월 1일까지 이곳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제3세계’의 일환이다. 박물관 안에는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지에서 자행된 여성 상대 전쟁범죄의 기록물과 관련 작품들이 전시된다.
소녀상 제막식에는 250여 명이 참석해 소녀상 곁에 꽃다발을 놓고 사진을 찍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렸다.
2021년 독일 드레스덴 민속박물관에서 3개월간 처음 전시된 이 소녀상은 쾰른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쾰른 연구자·언론인 모임인 국제연구협회는 2년 전부터 소녀상을 포함한 이번 전시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이 제동을 걸면서 소녀상 전시가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레커 시장은 박물관 앞 인도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박물관 뒷마당을 대체 장소로 제시했다. 그는 전시 주최 측과 시민단체들이 항의 서한을 보내고 지역 정치권이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쾰른에서 동쪽으로 약 170㎞ 거리에 있는 카셀에서도 또 다른 소녀상이 새 터전을 잡았다. 2년간 창고에 보관돼 있던 소녀상이 이날 카셀대 인근 교회 노이에브뤼더키르헤에 설치됐다.
이 소녀상은 카셀대 학생들의 노력으로 2022년 7월 대학 캠퍼스에 설치됐으나 대학 측이 이듬해 3월 철거했다. 당시에도 일본 총영사가 카셀대 총장에게 “반일 감정을 조장한다”며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내 소녀상 설치에 애써온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두 소녀상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이제 빛을 보게 돼 기쁘다”며 “3개월이 아니라 영원히 머물렀으면 한다. 시민들이 이곳에 더 오래 두고 감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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