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컷 오프의 길’을 가는 줄 알았다. 1, 2번 홀을 파로 잘 넘어간 윤이나는 첫 파5홀인 3번 홀에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를 범했다. 마땅히 버디를 잡아야 할 ‘버디 홀’에서 2타를 잃고 흔들리더니 설상가상 4번 홀(파3)에서 보기가 이어졌다. LPGA 데뷔전인 파운더스 컵에서 티샷 난조로 컷 탈락했던 악몽이 떠올랐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6일 중국 하이난성의 젠레이크 블루 베이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블루 베이 LPGA 첫날 윤이나는 ‘골프의 지옥’으로 향하는 듯했다. 오전 조 출발 선수 중 거의 최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초반 부진이 윤이나의 샷을 각성시켰다. 버디가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6번(파4)과 7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고 한 홀을 파로 쉰 뒤 다시 전반을 마무리하는 9번 홀(파4)과 후반을 시작하는 10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떨어뜨렸다. 한 번 시작된 버디 사냥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12번 홀(파4), 14번 홀(파5) 그리고 17번 홀(파4)로 이어지는 신나는 버디 행진을 벌였다. 18번 홀(파5) 보기가 흥겨웠던 흐름을 끊기는 했지만 데뷔전 컷 탈락의 악몽을 훌훌 떨쳐낼 수 있었던 한바탕 버디 잔치였다.
윤이나의 3언더파 69타가 더 대단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건 초반 부진을 극복했다는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이날 윤이나는 파5홀 4개에서 버디는 1개만 잡았고 더블보기와 보기를 1개씩 기록했다. 파5홀 성적은 2오버파였다. 장타자로서 무척 아쉬운 성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내용이 2~4라운드 때 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파5홀 성적까지 따라준다면 충분히 우승 다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다. 이날 윤이나는 파4홀에서 5타를 줄였고 파3홀에서는 이븐파로 선방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상승세의 김아림이 가장 뜨거운 샷을 날렸다.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4개를 곁들인 김아림은 4언더파 68타를 치고 시즌 2승을 향해 순항했다. 올해 3개 대회에서 모두 10위 이내에 든 김아림은 ‘4연속 톱10’에도 도전하고 있다.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친 이미향도 윤이나와 함께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중국 하이난 섬에 대한민국 여자골프 바람이 뜨겁게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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