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329180)이 독자 기술로 설계·건조한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DGG-II·8200톤급)’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지난달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앞두고 실시된 훈련에서 정조대왕함이 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탐지해 요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전투력이 크게 향상된 정조대왕함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HD현대(267250)중공업은 동급의 이지스함을 2척 더 수주해 건조에 나섰다.
정조대왕함은 HD현대중공업이 50년 넘게 쌓아온 함정 기술력과 설비 역량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1975년 한국 최초 전투함 ‘울산함’부터 지금까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수상함은 총 106척에 달해 국내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8척은 해외로 수출됐다.
1987년 뉴질랜드에 군수지원함을 인도하며 해외 수출길을 튼 HD현대중공업은 이후 경비정·호위함·초계함·상륙함 등으로 수출 선종을 다변화했다. 수출 지역 역시 동남아시아(방글라데시·필리핀)와 남미(베네수엘라·페루), 대양주(뉴질랜드) 등으로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세종대왕함·서애류성룡함·정조대왕함으로 이어지는 이지스구축함을 중심으로 90여 척을 인도하며 해군 전력 강화에 선봉장이 됐다는 평가다.
특수선(함정)은 과거 낮은 매출 기여도로 외면받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알짜 사업’으로 자리했다.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부문 매출이 지난해 처음 1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990억 원으로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특수선 수주 목표치로 15억 6700만 달러(약 2조 2600억 원)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과 비교하면 240% 급증한 것이다. 아울러 캐나다 등에서 예정된 대형 방산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경쟁 업체인 한화오션(042660)과 손을 잡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선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기술적 우위를 공고히 하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조선사업본부에서 특수선 부문을 분리해 사업본부로 승격한 이후 함정 설계와 건조 등 전문 분야에 맞춰 경영 및 조직 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지스구축함 제작을 경험한 엔지니어만 250여 명인데다 다양한 선종별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수선사업부 내 함정기술센터를 함정기술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113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함정 수주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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