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변론기일인 25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맴돌았다. 시위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탄핵 절대 반대’, ‘내란선동 민주당’ 등 근조화환 수백개가 위협적으로 늘어서 있었다. 동이 트기 한참 전이지만 경찰 기동대원들은 일찌감치 출동해 헌재 앞을 촘촘히 경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새벽녘의 꽃샘추위 속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사코 사방을 예의주시했다.
경비 근무를 서는 경찰들과 함께 수많은 경찰 버스 역시 촘촘히 행렬을 이뤘다. 차벽은 헌법재판소 주변 300m가량을 둘러싸고 길게 배치됐다. 차 사이에 주먹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정문 안쪽에도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문 건너편의 버스 행렬은 예비 차량으로 구성된 차벽으로 교대 근무와 상관없이 내내 집회가 끝날 때까지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8시 무렵부터 유튜버와 시위대가 헌재 정문을 중심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정문 쪽과 맞은편 인도에서는 약 10명의 시위자가 모였다. 이들은 “대통령 석방하라”, “민주당은 중국으로 가라”, “헌법재판소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목높여 외쳤다.
“입법독재 OUT, 윤석열 석방”이라는 피켓을 든 60대 여성 시위자 A씨는 “민주당의 국회 폭주 속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했다”며 “헌법재판소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A씨와 함께 ‘부정선거 부패방지대’에서 나온 시위자들의 피켓에는 탄핵 반대와 함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규탄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기도 했다.
확성기로 ‘탄핵 반대’를 제창하는 시위대 사이에서 탄핵 찬성 구호를 외치는 2명의 시위자도 곧이어 등장했다. 이들은 헌재 정문 근처에서 “윤석열 파면”, “계엄으로 경제 망친 대통령” 등의 발언을 반복했다. 맞은편 시위자들은 이에 대해 “민주당과 함께 중국으로 물러가라”, “명분 실종한 탄핵을 옹호하지 말라”며 큰소리로 맞섰다.
정문 앞 대치 상황을 관망하던 경찰들 역시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 경찰관이 탄핵 찬성 시위자가 등장하자 이동해 상황을 가까이서 주시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충돌 가능성을 의식한 듯 주변의 경찰 인력도 대열을 정비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11차 변론이자 최종 변론을 연다. 특히 윤 대통령이 최종 진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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