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제 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이어가며 제재 해제 가능성까지 내비쳤지만 EU는 강경 노선을 고수한 것이다.
EU 외교장관들이 24일(현지 시간) 승인한 제재안에 따르면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의 EU 수입이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이에 따라 EU는 앞으로 12개월간은 전년도 수입량의 80%에 해당하는 27만 5000톤만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입량을 점차 감축해 역내 수입업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한 뒤 2026년 말부터는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는 구상이다. 제재 우회를 막기위해 러시아 우방국인 벨라루스산 1차 알루미늄 수입도 함께 금지한다.
EU에 따르면 러시아산 알루미늄 수입 비중은 2020년 16%에서 2024년 6%로 줄었다. EU는 이번 조처로 더 직접적인 제재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제재안에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제재도 포함됐다. EU 관보에 따르면 리창호 정찰총국장과 신금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등 북한 고위급 2명이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EU에 따르면 리창호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 배치를 조율했고 신금철은 드론 등 러시아의 전술과 현대적 전술을 북한군에 보급하는 임무를 맡은 인물이다. EU는 지난해 채택한 대러시아 제재안에서 강순남 당시 북한 국방상,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노광철 국방상과 북한 미사일총국을 제재한 바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도 부과된다. EU는 그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서도 러시아산 원유의 최종 목적지가 제3국이면 EU내 항구 임시 저장을 허용했으나 앞으로는 예외 없이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석유·가스 탐사에 도움이 되는 유럽산 소프트웨어 수출도 전면 막힌다. 다만 역내 에너지 가격 급등을 우려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조처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밖에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를 우회하는데 사용되는 일명 '그림자 함대' 74척, 러시아 군산복합체 지원에 관여한 중국 등 제3국 법인 53곳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제재는 미·러 주도의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패싱'당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고한 지지 메시지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쟁 발발 3주년인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가 항구적 평화협정을 위한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징벌적 제재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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