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관객들로부터 아름다운 프로덕션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때 정말 울컥했어요. 실패했던 세 번의 브로드웨이 진출 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죠. ‘위대한 개츠비’가 앞으로 ‘레미제라블’처럼 오래도록 사랑받는 레전드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로 ‘대박’을 터트린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19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 프로듀서가 연출한 다른 ‘위대한 개츠비’를 본 관객들이 ‘너희 작품이 최고’라고 말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의 흥행에 힘입어 4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공연을 하며 7월에는 한국 관객들과도 만난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개츠비라는 남자의 야망, 사랑, 성공, 몰락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오픈런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현지 관객들을 매료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신 대표는 “1920년대라는 미국에서 가장 호황기를 누리던 시대가 현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주제를 잘 살린 것 같다”며 “여기에 아름다운 무대와 음악이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부각해 ‘아름다운 프로덕션’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즈 시대’라고도 하는 1920년대 미국은 화려하고 모든 것이 풍족했으며 트렌드와 유행이 빠르게 변하던 시기였다”며 “당시의 패션을 소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무대 미학적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 의상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위대한 개츠비’의 무대 의상은 미국 현지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일부 관객들은 ‘위대한 개츠비 코스프레’를 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상뿐 아니라 화려한 무대 역시 까다롭고 수준 높기로 유명한 브로드웨이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대표는 “화려했던 1920년대와 현재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의상 하나하나에 연결하려고 했다”며 “의상은 물론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활용해 화려한 광란의 파티를 미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아메리칸 드림, 경제 성장과 빈부 격차,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등 원작 소설의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달하면서도 달라진 부분도 있다. 최근 관객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떠오른 ‘여성 서사’가 그것이다. 신 대표는 “원작에서는 허영심 많은 데이지와 그녀의 친구 조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며 “우리 작품에서는 그 두 여성이 마음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게 소설과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1920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생겼다”며 “원작은 닉이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고 현 시점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K뮤지컬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는 그에게 다음 목표에 대해 물었더니 “K를 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K를 뛰어 넘어야 할 시대가 됐다”며 “꼭 우리 것으로 K컬처를 보여주고 우리 전통, 우리 것 만이 K는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욘드 K’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를 뗀다고 해도 우리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한국 대중문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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