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사활을 건 탄핵 심판 최종 진술에 나선다. 윤 대통령은 최종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과 탄핵안 인용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 측은 ‘임기 단축 개헌 제안설’과 ‘하야설’에 대해 “윤 대통령 의중과 동떨어진 방안”이라고 일축했지만 정가에서는 상황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이런 깜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①장외 여론전=24일 윤 대통령 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2일부터 사흘 연속 서울구치소에서 변호인단을 접견했다. 이들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최후 변론 전략을 세우고 최후 의견 진술 원고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기본적으로 거야 횡포로 인한 12·3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음을 언급하며 탄핵 기각을 강조할 계획이다. 정부 인사들에 대한 29번의 줄탄핵, 예산 삭감 등 야당의 폭거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라 경고성으로 계엄을 했을 뿐 국회 봉쇄 의사는 없었다는 것도 일관되게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윤 대통령이 여론에 호소할 승부수를 띄울지 여부에 쏠려 있다. 25일이 선고 전 육성 메시지를 낼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보수층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발언으로 동정론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 국민이 겪은 불안에 대해 사과하는 메시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각을 전제로 개헌 등 국정 비전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안은 국민 통합을 이끌 해법이 될 수 있고 재판관들의 선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에 선을 긋고 있다. 윤갑근 변호사는 ‘임기 단축 개헌론’에 대해 “탄핵을 면하기 위해 조건부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여당 관계자도 “당 차원의 개헌 제안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개헌안을 급작스레 꺼낸다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②중대 결심=윤 대통령 측이 13일 꺼낸 ‘중대 결심’이 현실화할지도 관심이다. 윤 대통령 측이 언급한 ‘중대 결심’은 변호인단 총사퇴에 무게가 실려왔으나 사실상 선고만 남은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지금까지 사퇴에 나서지 않은 건 의도한 ‘재판 지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법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면서도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자진 하야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정치 공작자들의 나쁜 상상력”이라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하야설이 계속되는 건 헌재 심판과 차기 대선 판도를 뒤흔들 묘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로운 퇴진은 윤 대통령에게는 ‘거야에 탄압받은 희생양’ 이미지로, 여당에는 조기 대선에서도 ‘중도층 흡수’라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③구속 취소심 결정=구속 취소 청구 결과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영향을 줄 마지막 변수다. 만일 다음 달에 서울중앙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을 취소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뿐 아니라 사법·수사 기관 전반에 대한 불공정 여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반격의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한남동 관저에서 여권 인사를 접촉하는 ‘관저 정치’로 정국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 중앙지법은 20일 구속 취소 심문에서 윤 대통령과 검찰 측에 10일 이내 추가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를 본 뒤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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