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혼다(Honda)는 몇 년 전부터 ‘전동화’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브랜드의 주력 포트폴리오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는 순수 전기차 역시 연이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다. 실제 브랜드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어코드와 CR-V 등에 하이브리드 사양을 도입하며, 고객 소통 단계에서도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선택지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5L 터보 엔진을 품고 있는 세단, 어코드 터보는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단정하게 그려진 세단, 어코드 터보
지난 시간까지 어코드는 ‘동급의 세단’ 중 가장 경쾌하면서도 민첩한 세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현행의 11세대 어코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 근래의 혼다 차량들은 이러한 ‘날렵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되려 차분한 모습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제 어코드 터보 역시 4,970mm에 이르는 전장을 과시하듯 단정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수평적인 구성을 갖춘 프론트 그릴 및 헤드라이트 구성을 앞세웠다. 또한 보닛의 형태, 그리고 바디킷 역시 안정적인 이미지에 힘을 더한다. 참고로 이는 하이브리드 사양과 동일하다.
혹자는 한층 어른스러운 모습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지난 시간 동안 ‘경쾌한 혼다’의 매력을 떠올렸던 이들에게는 현재의 어코드가 제시하는 디자인은 ‘브랜드 이미지’ 부분에서 거리감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측면 역시 안정적인 모습이다. 긴 전장에 걸맞은 2,830mm의 긴 휠베이스는 실내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A필러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매끄럽게 그려진 실루엣이 ‘패스트백 세단’의 이미지를 드러내지만, 한층 강조된 차체 볼륨이 실내 공간의 여유를 암시한다.
후면 또한 가로로 길게 그려진 리어 램프, 그리고 볼륨을 더한 차체가 자리한다. 과거 C 형태의 날렵한 리어 램프, 그리고 스포티한 감성을 한껏 강조했던 어코드를 좋아했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대신 ‘공간 및 주행의 여유’를 내심 기대하게 만든다.
익숙함을 담아낸 공간
어코드 터보의 실내 공간의 구성과 그 연출은 역시 ‘차분함’에 집중한 모습이다. 대신 이전보다 한층 커진 체격을 바탕으로 실내 공간의 여유를 한층 높여 ‘만족감’을 끌어 올린다.
수평적인 구성을 강조하는 대시보드, 그리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한 구성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해 시선을 끈다. 여기에 최근 혼다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적용되고 있는 메쉬 구조의 그릴 디테일이 가로로 길게 배치되어 시선을 끈다. 여기에 깔끔한 그래픽의 디지털 클러스터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한다.
일반적인 차량에 비해 ‘물리 버튼’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구성은 차량에 담긴 기능을 사용함에 있어 보다 직관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여기에 전통적인 기어 노브 역시 존재감을 과시한다. 다만 ‘같은 시기’의 경쟁자 대비 ‘세련미’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실내 공간의 거주성’은 우수하다. 먼저 1열 공간의 경우 기본적인 공간 구성은 물론이고 시트의 크기 및 착좌감 등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더불어 레그룸 및 헤드룸 역시 충실히 구성되어 대중들에게 여유로운 일상을 보장한다. 여기에 도어 패널 및 컵홀더 등도 충실하다.
이어지는 2열 역시 기본적인 공간과 시트 역시 넉넉하고 레그룸 또한 충분하다. 여기에 패스트백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헤드룸을 마련해 패밀리 세단으로 제 몫을 다한다. 다만 ‘어코드’인 만큼 기본적인 편의사양이 다채롭지 않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적재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 차량의 체격이 크고, 패스트백 스타일을 통해 적재 공간을 넉넉히 구현했다. 실제 적재 공간의 여유도 상당하고 언제든 손쉽게 2열 시트를 분할 폴딩할 수 있다. 덕분에 ‘차량의 활용성’ 자체는 상당히 뛰어나다.
필요충분한 어코드 터보의 성능
최근 많은 차량들이 전동화 기술의 힘을 빌려 성능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어코드 터보의 성능은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닐지 모르지만 ‘일상을 위한 차량’으로는 충분하다.
실제 어코드 터보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90마력, 26.5kg.m의 토크를 내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해당 엔진은 혼다의 여러 차량에 적용되는 파워 유닛으로 ‘검증된 존재’다. 여기에 CVT 및 전륜구동의 레이아웃이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의지를 더한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어코드 터보는 제법 큰 체격에도 만족스러운 경쾌함, 그리고 일상의 여유를 충분히 보장한다. 덧붙여 12.9km/L(복합 기준)의 우수한 효율성까지 갖춰 경쟁력을 더한다.
변치 않는 스테디셀링 세단, 혼다 어코드
지금까지의 어코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그리고 더욱 여유로운 존재감을 과시하는 어코드 터보를 충분히 둘러본 후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한층 커진 체격과 혼다 특유의 직관적이고 ‘물리 버튼’이 많은 공간이 특유의 존재감을 어필한다.
소재와 연출, 마감 등에서의 고급스러움은 부족하지만 단 번에 차량의 기능이나 조작함에 어려움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전의 어코드부터 계속 이어지는 넓은 시야와 만족스러운 시트 등 ‘긍정적인 요소’은 여전하다는 점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파워트레인 부분에서 볼 수 있듯, 어코드 터보의 파워트레인은 말 그대로 일상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 사양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 주행 환경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준수한 발진 가속 성능,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추월 가속 및 중고속 영역에서의 쾌적한 주행이 이어진다.
물론 짜릿한 경험을 보장하는 폭발적인 가속 성능이나 강렬한 엔진 질감과 사운드 등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주행의 즐거움’이 도드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생각한 것보다 충분히 경쾌하고 민첩하게 반응해 만족감을 높인다. 더불어 엔진 질감 및 사운드도 준수하다.
1.5L 터보 엔진에 CVT를 조합하는 건 이미 혼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CVT는 주행 상황에 능숙히 대응하고, ‘혼다 특유의 경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교를 부리며 만족감을 끌어 올린다.
차량의 성능에도 한계가 있고, 엔진 출력도 제약이 있는 만큼 ‘짜릿한 주행’은 느낄 수 없더라도 일상에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다. 여기에 스포츠 변속 및 L 모드 덕분에 다양한 주행 환경에 능숙히 대응한다.
지난 시간 동안 어코드는 언제나 경쾌하고 산뜻한 주행 경험을 제공, 중형 세단 중 가장 ‘다루기 좋은 차량’ 중 하나이고, 반대로 ‘가장 기분 좋게 탈 수 있는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최신의 어코드 터보에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고유한 매력’ 위에 단정해진 외형에 걸맞은 변화가 더해졌다. 실제 주행 전반에 걸쳐 한층 성숙된 매력이 더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모두가 만족하는 세단’의 가치가 커졌다.
특히 조향 감각의 변화가 돋보인다. 주행 내내 어코드 터보는 이전보다 한층 다루기 좋고,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전히 산뜻하고 경쾌하지만 이전보다는 한층 부드럽게 조율되는 느낌이 ‘차량에 대한 만족감’을 한층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부드러움을 ‘승차감’으로 이어간다. 실제 주행 전반에 걸쳐 노면에서 발생되는 충격에 능숙히 대응, 운전자는 물론이고 2열 탑승자의 만족감까지 끌어 올린다. 한층 단정한 시각적인 변화를 ‘실제 주행의 변화’로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특유의 경쾌함을 앞세운 주행도 여전히 가능하다. 온전히 역동성에 집중한 것은 아니지만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다면 혼다 특유의 경쾌함에 힘을 더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신 차량의 체격이 달라진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다운사이징 터보 차량의 특성을 잘 살리듯 기대 이상의 효율성까지 누릴 수 있다. 실제 주행 전반에 걸쳐 높은 효율성을 꾸준히 이어갔고, 특히 고속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공인 연비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를 제시, ‘실 연비’에 대한 기대감을 대폭 끌어 올렸다.
좋은점: 우수한 패키징과 균형감을 갖춘 다운사이징 터보
아쉬운점: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과 실내 공간의 구성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세단, 혼다 어코드 터보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세단’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브랜드들은 세단 라인업을 폐지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크로스오버’ 모델로 채우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세단의 가치를 존재한다. 그리고 다루기 좋고, 신뢰도 높으며 쾌적한 주행 경험과 준수한 승차감, 그리고 매력적인 효율성을 갖춘 세단이라 한다면 그 경쟁력과 ‘상품가치’는 더욱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혼다 어코드 터보가 그런 차량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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