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유럽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관세 부과가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은 데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된 데 따른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 1월 17일 이후 유럽의 대표 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은 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5%, 나스닥종합지수는 2.2% 오르는 데 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올해 유럽 증시는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증시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한 점과 우크라이나 평화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EU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추후 협상에 따라 무역 전쟁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단행된 유럽의 금리 인하도 증시 훈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셀인베스트먼트의 앤드루 피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와 은행 대출 증가세가 증시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짚었다.
미국 증시는 최근 몇 년간 대형 기술주의 강세에 힘입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지만 유럽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유럽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금융·방산·명품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홍콩·중국·멕시코 등 다른 주요국 증시도 미국보다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트럼프 취임 이후 15% 상승하며 두드러진 랠리를 보였다.
다만 관세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아닌 만큼 유럽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제약·반도체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럽 증시는 19일 다시 하락세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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