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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고려인도 뿌리찾아 한국행 꿈꾸죠"

채예진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이사장

카자흐 출신, 작년 권익단체 세워

봉사 등 한국사회 기여 방안 모색

현지 IT CEO 등 성공 기업인 많아

12만 韓거주 고려인도 사회 일원

자긍심 갖도록 관심 더 많았으면

채예진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이사장




“고려인이 한국을 떠난 지도 100년이 지났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뿌리는 한국이라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생활합니다. 우리도 한국인입니다.”

채예진(사진)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이사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인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인은 옛 소련이 붕괴된 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이르는 말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에스토니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이들로 약 5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국내에는 12만여 명이 거주한다.

1972년 카자흐스탄 잠블(현 타라즈)에서 태어난 채 이사장은 네 살 때 수도 알마티로 이주했다. 카자흐스탄국립대 기자학부에 입학한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돼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졸업 후에는 6개월간 연세대에서 한국어 연수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카자흐스탄 국영방송에 입사해 고려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아나운서와 기자, MC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간간이 비즈니스 통역을 하던 채 이사장은 한국 무역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2009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당초 3년 정도 생활하다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한국에 뿌리를 내렸고 2018년 귀화해 법적으로 한국인이 됐다.



채 이사장이 이끄는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는 지난해 4월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국내외 고려인들을 연결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을 꾀한다. 채 이사장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한국 동포 중에서 고려인들은 최근 들어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교류를 강화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의 사회 적응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고려인 청소년 간 네트워크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 이사장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해당 국가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등 성공한 고려인들도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모국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고려인들이 굳이 한국으로 오려고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라며 “고려인들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고려인들에게도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난관은 언어 장벽이다. 이들은 중국 동포(조선족)와는 달리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다. 채 이사장은 “1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을 당시 소련에서는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았고 고려인들에게 한국어와 문화 등에 대한 교육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한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든 게 사실인데 한국어 및 문화 교육 등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고려인들이 마냥 한국 정부와 사회에 지원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채 이사장은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 차원에서 어르신들이 모이는 회관 등에서 청소와 배식 등의 봉사 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오랫동안 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다른 동포들처럼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한국 사회에 기여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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