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발표 시기를 당초 예고한 4월 2일이 아니라 3월 중하순께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열린 행사에 연설자로 나서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반도체·의약품·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도입 시기를 두고 “4월 2일께”라고 밝혔다가 일정을 2주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며 “(관세가)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 수입 덕분에 균형예산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뒤 관세가 대미 투자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는 관세 부과 시점을 앞당기는 것인지, 관세 부과 관련 계획 발표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는 전날 “그들(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기습 발언으로 상대방이 대안을 찾을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일종의 압박 전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의 대미 수출 규모 1·3위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반도체 부문에 대한 관세 폭탄 시기가 임박하면서 정부와 재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정 최고 지도자 부재가 길어지는 상황인 만큼 협상에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도 미국이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보다는 한국과 일본·유럽이 받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봤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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