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만 있다면 제 머리카락을 다 빼서라도 주고 싶죠. 내 딸인데 뭐가 아깝겠어요. "
백혈병에 걸린 10대 딸에게 골수를 기증한 것도 모자라 머리카락을 이식한 한 어머니의 사연이 알려졌다.
17일 명지병원에 따르면 황성주 모발센터장(피부과 교수)이 골수를 나눈 모녀간 모발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골수 이식 기증자와 수혜자 간 모발이식에 성공한 국내 두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통상 타인의 모발을 이식하는 수술은 면역 거부반응이 강하게 나타나 시행하기가 어렵다. 단 이번 사례처럼 골수이식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 속 면역세포가 동일하면 모발을 이식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
황 센터장은 이런 원리를 활용해 모녀간 모발이식 수술을 시도했다. 두 차례에 걸쳐 6000모를 이식한 후 이어진 상담에서 어머니는 10대 딸의 미래를 생각해 더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질병과 싸우는 것만도 버거운데, 치료과정에서 빠져버린 머리카락 때문에 한창 민감한 시기의 딸이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황 센터장은 향후 6000∼7000모낭을 추가 이식해 총 1만 3000모까지 이식 계획을 세웠다. 이 때 모녀 간 나이 차이로 인해 흰머리까지 이식될 가능성도 고려 대상이었다. 황 센터장은 고심 끝에 흰머리가 많이 자라는 옆머리 모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뒤쪽으로, 검은 머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뒤통수 중앙부 모발은 딸 앞머리로 이식했다.
골수이식 환자의 모발이식은 이식 기술 뿐만 아니라 환자의 면역 상태분석과 감염 및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명지병원 모발센터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맞춤형 치료 전략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 센터장은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골수를 나눈 자매간 모발이식에 성공하며 골수이식 환자의 모발이식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1996년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에서 근무할 당시 모발이식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고 김정철 교수에게 모낭군 이식수술법을 전수 받은 후 발전을 거듭하며 모발이식 발전을 이끌었다. 그 공로로 모발이식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백금모낭상’을 수상했고 마라토너 이봉주, 탁구선수 유남규, 농구선수 한기범, 개그맨 이홍렬, 이혁재 등 유명인들의 모발이식을 집도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황 센터장은 "이번 모발이식과 상담과정에서 강한 모성애에 감동을 받았다"며 "같은 고민을 가진 환자에게도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 골수이식을 통한 생명의 기적이 모발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의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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