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중 자·타해 위험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응급입원 의뢰 건수가 지난해 2만 건에 육박하며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병상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응급입원을 거부당하는 비율은 지역 간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의료기관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된 서울은 1년 내내 한 자릿 수 거부율을 기록했지만, 충남과 세종은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입원 의뢰건수는 1만 8066건으로 전년(1만 5837건) 대비 14% 늘어났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으로서 자·타해 위험이 높고 상황이 급박한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누구든지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가 김하늘(8)양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며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매일 전국에서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49명의 응급입원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응급입원 의뢰건수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7591건이던 응급입원 의뢰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였던 2020년 5431건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 7687건으로 반등한 뒤 2022년 1만 251건, 2023년 1만 5837건, 지난해 1만 8066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불과 4년 새 세 배 넘게 불어났다.
정신의료기관으로부터 응급입원을 거부당한 사례는 지난해 837건(4.6%)으로 전년(1050건·6.6%) 대비 소폭 줄었다. 하지만 지역별로 격차가 매우 커 의료 인프라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세종의 응급입원 의뢰 거부율이 특히 높았다. 지난해 월별 통계를 보면 세종은 거부율이 8월 42.9%, 7월 37.5%, 6월 33.3%로 집계됐고, 충남은 4월 48.4%, 11월 30.0%, 2월 27.9%를 기록했다. 1년 내내 한자릿수 거부율을 기록한 서울과 비교하면 충남·세종 지역 정신의료기관 응급입원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 유추 가능한 대목이다.
지역 내 병상을 구하지 못하면 타 지역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호송을 맡았던 경찰관은 “특히 야간에 응급 의료기관 병상이 없어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할 때가 많은데 환자 특성 상 그런 밤은 일이 최소 세 배로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제때 치료·관리·지원 받을 수 있는 의료 통합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교원을 비롯한 국민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복지부 차원의 지원사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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