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과 ‘고구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1층 선사고대관을 리모델링했다. 이들은 만주에 있던 고대 국가로 한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접받아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유 유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또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면서 선사고대관에 더 흥미를 부여했다.
14일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재개장 언론공개회에서 김재홍 관장은 “기존에 청동기시대와 같이 전시하던 고조선을 별도 코너에 위치시키면서 선사시대와 고대국가 시대를 확실히 구별했다”며 “이를 통해 고조선과 부여 등도 삼국과 똑같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또 “교과서는 물론, 기존 전시에서도 삼국 가운데 소홀히 다루어진 고구려 코너를 확장했다”며 “수장고 유물을 동원하고 새로운 발굴 성과도 많이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작업 대상은 1층 선사고대관 내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로, 규모는 총 1613㎡(약 489평)에 1807점의 유물이 전시중이다. 리모델링은 2023년부터 2년이 걸렸다.
우선 새로운 선사고대관의 입구에는 중앙의 대형 벽면이 관람객을 맞는다. 영상은 지구의 탄생부터 인류의 진화과정을 다룬다. 이를 경계로 오른쪽은 구석기·신석기 등 선사시대, 왼쪽은 고조선·부여 등 역사시대로 구분된다. 기존에는 ‘울주 반구대 암각화’를 시작으로 선사시대, 역사시대가 단선으로 이어졌었다.
결과적으로 고조선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임이 강조된 것이다. 다만 아쉽게 관련 유물의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지린성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서기 2~3세기 ‘금동 얼굴 모양 장식’이 새로 나온 정도다.
이번 전시 개편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고구려실로 보인다. 고구려실 규모는 기존 208㎡에서 365㎡로 약 1.7배 확대됐고 소장품은 물론, 서울대박물관 등 외부 기관이 소장한 유물까지 전시 유물을 늘렸다.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강서대묘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도 벽화와 함께, 이번에 새로 황룡이 그려진 천장도가 한쪽 벽을 수놓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심혈을 기울려 복원한 광개토대왕릉비 탁본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경기도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출토된 고구려 장수의 갑옷(철갑)도 처음 선보인다.
옛 사람들이 다양한 용도로 썼던 주먹도끼, 청동기 시대 생활상과 신앙을 보여주는 보물 ‘농경문 청동기’ 등 주요 유물을 체험하며 배우는 배움 공간인 ‘아하’가 4곳 마련됐다.
김재홍 관장은 “전시를 기존 연도와 정치적 사건 위주에서 인류의 삶이라는 스토리 위주로 바꿨다”고 말했다.
선사고대관은 2월 15일부터 일반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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